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 자작시
질량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겠냐고
도종환 시인이 말했었지
갈대처럼 흔들리는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가
무거운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질량이 커지면
운동량 보존 법칙으로
속도가 거의 유지되듯이
우리의 마음이 튼튼하다면
나를 흔드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무겁다면
잔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저 멀리 산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자
'가벼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진중하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저도 가벼운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는 타고난 성격이 쉽게 흥분하고,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위로 갔다 아래로 확 고꾸라졌다는 쉽게 합니다. 저를 15년 정도 가르치신 수학 선생님께서도 저와 같은 성격인데, 제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성격이 나쁜 것이냐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남들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 라고요.
저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삼반수를 하던 대학교 1학년까지 시험기간마다 항상 엄마랑 싸우는게 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항상 엄마를 원망했었습니다. 왜 항상 예민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방해를 해서, 제 컨디션과 집중력을 흔들어대는지 납득이 가질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본가였던 부산을 떠나 동국대에 와서 시험기간을 맞이해보니, 이제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나 였다는 것을요.
시험기간이 되면 누구나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뭔가 화풀이 대상이 생기면 쌓인 스트레스를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한마디로 누가 나 한번 건드려 봐 상태가 됩니다. 엄마가 있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상경을 해서 홀로 시험기간을 맞이해보니, 제 마음의 풍선이 점점 부풀어오르고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바늘과도 같았던 것이죠. 평소라면 엄마의 잔소리나 바늘에 찔려도 별로 반응을 하지 않았겠지만, 시험기간에는 달랐습니다. 쭈글쭈글 부풀지 않았던 풍선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그걸 엄마가 바늘로 톡 치는 순간 그 구멍을 통해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뿜어져나오는 것이었죠.
왜 항상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마다 엄마는 내 인생을 방해하나, 라고 생각하던 저에게 큰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비로소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중요한 시기마다 흔들리고 멘탈을 다잡지 못한 것은 엄마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였구나.
전 시간이 날때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듣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레파토리는 똑같습니다. "남을 바꿀 수 없고, 바뀔 수 있는 건 나다.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요.
예전에 독수리에 관한 짧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독수리가 날고 있는데, 까마귀가 위에 올라 타면 어떻게 할까요? 제가 독수리였다면 불평을 해댔을 것입니다. 아니 왜 또 x발 까마귀가 내 위에 올라타서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해 라고요.
하지만 독수리는 그냥 납니다. 더 높이 날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새들마다 호흡을 할 수 있는 고도가 다른가 봅니다. 독수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높이 더 높이 날지만 까마귀는 이내 호흡을 못하기에 나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방해와 음모, 계략, 훼방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누구나 사람은 흔들립니다. 그런데 제가 본 프로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멘탈을 부여잡고 자기 갈 길을 묵묵히 잘 걸어갑니다. 저는 많이 흔들렸던 사람, 가벼운 사람입니다.
<맹꽁이 서당>이라고 재미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화책이 있습니다. 거기서 나온 일화가 기억납니다.
옛날 양반들은 경박하게 뛰는 것을 버릇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을 품위있고 무겁게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이야기의 주인공은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뛰어다니고 경박하게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주인공은 꾸짖음을 듣고 나서, 허리춤에 방울을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방울이 울리지 않게 조심조심 무겁고 품위있게 걷는 연습을 했다는 것이죠. 나중에 사람들이 보고서는 "내 평생 저렇게 묵직한 발걸음을 본 적이 없다"라고 평가했었답니다.
전 부끄럽게도 대학교 1학년 당시 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끌려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국대에서 수강하는 '지상의 모든 심리'에서 자아성찰의 중요성, 튼튼한 자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포러 효과, 바넘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권위있는 심리학자가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문제는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의 심리 진단 결과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학생은 당연히 성격이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은 같은 내용의 심리 진단 결과서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착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매모호하고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말들을 늘어놓으면, 자아 성찰 지능이 약한 사람들은 그 말이 전부 사실인 줄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의식이 높은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기가 잘 통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면, 튼튼한 자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고(다중 지능 이론에서는 이를 '자아성찰 지능이 높다'라고 표현합니다)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살면서 아무런 장애물도 방해물도 없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가벼운 누군가는 목표까지 가는 도중 자신을 흔든 남을 원망할테지만, 무거운 누군가는 흔들리지 않고 목표까지 잘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떠한 목표가 되었든 중요한 것을 위해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길 바랍니다.
고등학교때 지었던 시 몇 편 - https://orbi.kr/0001954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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