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균을 준비하시는 예비고2분들께..
아 이런 글 한시간동안 썼는데 내용중에 두 글자가 필터링에 걸리면서 글이 다 날아갔어요.
오르비는 필터링 시스템을 글이 남는 선에서 적용해줬으면 좋겠어요. 단어 하나때문에 글이 없어지니까 슬퍼서 화가 나려고 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고3이 되는 이과에요.
막판에 내신 말아먹고 지균 날려먹는 표본이 된 입장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보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서 써요.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전 중학교를 약 4%로 졸업했어요. 500명중에 20등 정도였어요.
최상위권은 아니었던지라 지역균형은 커녕 서울대에도 관심도 없었어요.
대학도 잘 몰라서 한양대 공대 가면 잘가는건가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평준화 고등학교 오고나니 제 위에있던 애들이 다 외고과고로 도망을 갔는지
갑자기 1등이 되었어요.
그러다보니까 대학에 관심도 많아져서 이것저것 찾아보게됐고 지역균형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중학교때부터 선행학습도 안해서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는 꿈도 못꿨고, 영재교육원도 들어보기만 했어요.
이런상황에서, 일반고에서 내신밖에 건질 게 없던 저에게 지균은 최고의 전형이었어요.
정말 1학년은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요. 2학기부터는 친구들이랑 카오스하러 피씨방도 가고
좀 놀면서 하기는 했지만 1학년은 1,2학기 올1등급으로 마쳤어요.
그런데 2학년 올라가면서부터 망하기 시작했어요.
1학년 겨울방학에 와우 1달을 끊고 하루에 한 두시간씩 했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은 카오스하러 피씨방에 갔어요.
그래도 이 때까지는 할 공부는 하고 놀았었던건지 2학년 1학기는 2단위 한문에서 2등급 나온 것 빼고는 1등급이 나왔어요.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었어요.
1학년 때 전교부회장을하더니 2학년때 전교회장이 된 친구의 등에 업혀 전교부회장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2학년 1학기부터 부회장이긴 했지만 이름만 올려놓고 하는 일이 없어 공부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어요.
그런데 2학기에는 축제, 임원수련회, 이상한 학생회 전통 파티, 공약 등등 해서 할게 굉장히 무던히 매우 많았어요.
스펙 욕심도 없지는 않아서 한 학생회지만, 한 번 다니는 고등학교인데 이런것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여름방학 시작부터 학생회 일에 열을 올렸어요. 공부보다 학생회에 더 많은 시간을 쓴 것 같아요.
그러다가 신승범 샘의 '방학에 축제준비다 뭐다 해서 돌아다니는놈들은 백프로 망한다' 라는 말씀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미 여름방학은 끝나있었고, 중간고사 시즌이 되었어요.
저는 선행학습을 안하던 사람이라서 학교 내신 진도에 맞춰서 수학 공부를 해왔었어요.
2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시험 1달 전에는 수학 진도만큼 인강을 다 들었고, 3주 전부터는 시험 대비를 했어요.
그런데 2학기 중간고사 때는 2주 남았을 때도 수학 인강을 듣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1주일 남짓 한 공부와 난생 처음 해보는 벼락치기로 중간고사를 봤어요.
6단위 수학 3등급
2단위 기하와벡터 2등급
2단위 국어생활 3등급
2단위 물리 2등급
2단위 지구과학 2등급
엄청난 등급이었어요. 처음으로 성적표가 두려웠어요.
여름방학을 공친것도 영향이 컸지만, 제 거만함이 더 큰 화를 부른 것 같았어요.
공부 안한 여름방학 전에 본 6월 모의고사보다 오른 9월 모의고사 탓인지 참 거만했어요.
'아 공부 안해도 모의고사 오르는걸 보니 내신도 안해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겠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정신상태로 중간고사를 조지고 지균 -2단위에서 -24단위가 되었어요.
이 때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해서 다른건 몰라도 수학만은 2등급이라도 만들자고 생각하면서 기말고사를 봤어요.
하지만 이미 한 달 이상 시간여행을 한 수학 진도에, 중간고사때 12%도 아니고 20%의 석차백분율로 3등급을 달성한 수학은 너무 멀리 있었어요.
기말고사 때 등수를 올려봤지만 결국 수학은 3등급으로 종결되었어요. 이것만 해도 -12단위에요.
그래도 다른 과목을 좀 커버해서
기하와벡터 2등급 -> 1등급
국어생활 3등급 -> 2등급
지구과학 2등급 -> 1등급
으로 -24단위에서 -18단위로 줄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2단위로 의예과를 바라보던 지균점수는 어느새 농생명과학대학을 바라보았어요.
2학기와 함께 제 지균은 끝났어요.
결론은 학생회든 동아리든 뭐든 하는건 좋지만 언제나 공부가 최우선이라는 거에요.
이 말은 물론 저도 지겹도록 들었어요. 하지만 '설마 내가 그리 되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설마 내가 그리 됐어요.
학생회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모두 하면 안하는 것 보다는 스펙에 도움이 되고 삶도 재밌을 거에요.
하지만 그러다가 정작 공부를 놓치면 지균이고 뭐고 대학까지 안녕이에요.
저희 학교 영어독해와 작문 교과서 단원중에 The golden mean이라는 단원이 있어요.
문과에서 공자왈맹자왈 할 때 나오는 '중용'이라는 뜻이래요.
이 중용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학창시절 저런 과외활동 하나 안하고 공부만 하는 것도 안좋지만
과외활동에 치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공부를 놓치는 것 역시 매우 안좋아요.
여러분은 중용을 잘 지켜서 저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래요.
'난 천재라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지 않겠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혹시나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거나 학생회가 하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알아둬야 할 것이 있어요.
고등학교 축제는 다 거기서 거기에요. 학생회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볼 때 달라지는 건 없어요.
고등학교 축제는 인맥이나 돈으로 메이저 가수 하나 부르면 대성공이에요.
학생회 활동은 자기 양심에 찔리지 않을 정도, 다른 애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세요.
전 학생회 활동 하면서 생긴 친구들, 추억, 보람도 좋지만 '이거 다 포기하고 여름방학 전으로 가서 공부나 할래?'
하면 공부나 할 것 같아요.
'난 스펙이나 쌓을려고 학생회 한게 아니라 내가 하고싶어서 한거니까 후회는 없어!'
라고 아무리 위안을 삼아봐도 더럽게 후회만 되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재수했고 더안하고 대학가려는데 형이 자꾸 훈수두네요 0
형 (97년생) + 수능 본적 없음 + 대학교 학부 환산 학점 4.38 중학교...
-
속이 좋지 않군 0
라면 먹어야겠노
-
좋을까요 25수능 확통응시했고 백분위 83나왔습니다 확통은 다맞았고...
-
뜌땨땨땨 뀨?
-
솔직히 태그 0
그냥 아무거나 쓰게되는듯
-
대성 학원 다니면 대성패스 할인쿠폰 준다는데 몇퍼센트인가요? 그런데 그 쿠폰을 오늘...
-
5수하는 공부법은 읽어보시고 반면교사로 삼아보시길...
-
나 상처받는다.
-
중앙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중앙대25][새내기 시간표, 과목 관련 FAQ]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중앙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중앙대학생, 중앙대...
-
국어는 그냥 4
극한의 상황에서 실모 or 기출 벅벅이 하방 올리기 최고인 듯 차피 구조독해니...
-
고1때 대학생 보는 느낌이라
-
03년생 02부턴 걍 아저씨 아줌마
-
한국외대 자전 추합 200번까지는 돌까요?? 자전은 신설이라.작년 입결이없어서...
-
얼또기 2
-
메가스터디 환급 0
3모 채점 안해도 받을수 있음....? 왜 받을수 있는걸로 뜨지???
-
D-2hour 4
Navy let’s go
-
여비 왜 안들어오니
-
ㅅㅅㅅㅅㅅㅅㅅㅅㅅ 이거지요
-
점공!! 2
점공 인원 줄어드는건 대체 뭐지?? 허위 뽀록난건가
-
비상 비상 1
동생 독감 걸림 아 씨 나도 걸리는 거 아니냐
-
둘이서 6병 마시고 새벽 내내 구토만 한 나의 모습을 반성합니다 머리 깨질 것 같네 아후
-
순서대로 1. 작년기준 예비 66번까지 2. 작년기준 예비 3번 3. 작년 기준...
-
2026 강기분 언매 강의를 2025교재로 들어도 될까요? 언매는 개념,기출...
-
응 전액장학금 받으면 그만이야~~~
-
나는 고대라고 생각해... 1월 24일말고 조금 더 빨리 줄 수는 없겠니...
-
점심 ㅇㅈ 9
이야
-
95 98 1 97 100 언매 미적 사탐 연고경 최초합 제2외 한국사 감점 없다는...
-
ㄹㅇ 간단하게만 대답하게씀..
-
알바 사장님한테 말씀 드려야하는데 보통 언제 기숙사 들어가요?
-
춥네
-
내앞에 한명 빠졌는데 무슨일이지
-
스몰토크 할 때 오르비 하냐고 물어보기
-
그래그래 모의지원1등 점공1등이야…
-
비분절 음운의 예시 하면 그냥 눈: , 말: 이러면 되지 왜 항상 눈 vs 눈:...
-
아퇴근하고싶다 0
퇴근마렵다 ㄹㅇ제발퇴근빨리
-
아무 문제없고 25살도 과팅함 얼굴 평타인데 나이는 1도신경 안쓰니까 다들 편하게 하시길
-
얼른나에게최초합을줘
-
쫄튀란 무엇인가 2
-
ㅎㅇㅎㅇ 0
ㅎㅇㅎㅇ
-
BL야설보는 미친놈을 다 보네 트위터 꺼라 진짜 보호필름붙이면 장땡이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
조발주세요 1
목요일 전까지는 내주실 거죠?
-
이해가 안되는게 내 점수를 적는 것도 아닌데 참여인원이랑 모집인원만 가지고 어떻게...
-
2학년 때 학교에서 물리 화학 지구 선택했고 3학년 때 화학2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
한달에 32랑 별개로 교재비도 나가나요? 박종민 선생님 수업 들으려는데 고수탑,...
-
아침 오노추 0
-
미적사탐 한의대 난이도는 미적과탐으로 치면 어디가는정도 난이도임? 4
궁금 이과입시를 안해봣모루겟음
-
수능끝나고 할일 0
운동이랑 놀러댕기는거 말고는 할게 없네요.. 재수하면서 되게 거창한 계획들을 믾이...
지균이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2012학년도부터 서울대 내신반영율 감소하지 않았나요?? 정시에서도 내신 10% 줄고..수시에서도 1단계에서 내신으로 뽑는거 폐지된다던뎅;;
고맙스빈다. 저도 1학년 -0으로 마쳐서 살짝 들뜬상태였는데 이 글을 보니 번뜩하네요..
다행히 저는 게임엔 흥미없고 학생회같은건 싫어하기땜시 ... -ㅅ-
...겨울방학이라 컴퓨터 줄인다고 하루에 1시간반만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많은거였군요ㅠ 반성해야겠습니다
... 방학이 중요한건 알겠는데
방학동안에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ㅜ
전 1학기때 2단위인 사회랑 국사가 2등급떳는데
2학기때 중간고사를 너무 망쳐놔서 5단위 영어랑 3단위 과학이 2등급떳네요.ㅜ
저도 의대바람보고있었는데 너무 큰 마이너스가 된것같아서 열심히 하고싶은데 뭘 열심히 해야할지 아무것도모르겠네요ㅜㅜ
학생회 하려다가 안했는데 스펙도 스펙나름이지만 안하길 잘한것같네요..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