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진보언론에 대하여 알아보자. Araboja.
[Snu Roman.] 진보언론에 대하여 알아보자. Araboja 시리즈 2편
여러분의 자그마한 성원에 힘입어 알아보자 시리즈 2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 올려서 얻는 유일한 낙이 여러분 댓글 보는 것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Snu Roman. Research Reserved.
오늘은 진보언론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보수 진보가 무엇이냐는 힙합이 무엇이냐 이상으로 그 함의가 만만치 않기에 정확하게 분설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렇게 규정지을 수는 있죠. 보수는 안정을, 진보는 변화를 추구한다고 러프하게 이해합시다.
그렇다면 결국 가진 자는 자신이 가졌으므로 보수를, 못 가진 자는 자신이 갖지 못 했으므로 일반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자의 경우엔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많은 자본가들은 그래서 보수이길 바라죠. 세제 개혁이든, 지배구조 개편이든 전부 재벌에겐 불리한 이슈니까요. 그 어느 누구도 재벌에게 더 많은 특혜를 주자고 주장하진 않으니까 변화 자체가 가진 자본가들에게는 재미가 없는 겁니다.
미국에선 그러니까,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당연히 보수의 지형에 위치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흔히 진보로 분류되고는 하죠. (물론 여기엔 많은 논란들이 있으니 이 정도로 합시다.)
미국 얘기를 해 보았으니 당연히 그 흥미도 한국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겠죠?
한국언론이라는 빛이 이념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 각 언론들이
어느 스펙트럼에 자리할까. 오르비에 올릴 작정으로 한 번
심심해서 ppt를 이용해 그려봤습니다. 제가 모든 한국일간지를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구독을 해 보았고 제가 읽고 있는 것들과 몇몇 교수님의 에쎄이를 종합하면 대략의 map이 그려질 거란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면서 제가 종래 갖고 있던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웹리서치를
병행했는데 이 작업을 진행하며 한겨레같은 언론을 과연 진보 언론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일간지는 구독료보다 광고비가 3배이상 높은 말도 안 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결국 그 일간지의 명운을 쥐고 있는 것은 독자가 아니라 광고주이고 그 일간지는
돈을 벌어야 유지가 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명분을 갖다대도 '팔아야만 하고' '광고를 받아야만 하는'
일간지는 절대로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러한 성격의 자본주의는 명백하게 우파의 레토릭입니다. "능력에 맞게
살자" "성공하려면 불평말고 네가 노력해라" "바로 위 기사는 삼성을 까는데 삼성이 어떻게
광고를 맡기겠느냐" 전부 다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 한겨레는 제법 충실히 부응해왔습니다. 그들이 진보 담론의
확장에 공헌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등록금이 5%도 오르지
않는 동안 그들이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 주장은 정작 등록금이 35, 29%올랐던
참여, 국민의 정부 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겨레에도 그렇게
진보적인 기사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르몽드 한국판 월간지가
더욱 많지요. 안그래도 "잘 봐줘도 중도보수 언론"이라는 말을 듣는 한겨레의 한계랄까요.
예전에 한겨레가 서해성-한홍구의 직설에서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라는 코너를 냈었죠.
난리가 났었습니다. 유시민이 절독 선언하고 문재인도 유감 표명을 하는 등 호되게 힐난을 당했고
결국 한겨레는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실었습니다. 친노로 명명되는 참여당, 친노인사들은
진보 정당도 아니고 굳이 분류하자면 자유주의 쪽인데 한겨레는 몇 안 되는 그들의 아군을 잃을 수
없었던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이 사정 저 사정 보다 보면 결국 그것은 제도권에 소속되고 그 룰을 충실히
따르며 살아남다보면 그들 고유의 색채를 조금씩 잃는 결과로 귀착된다는 데 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삼성이 광고 끊었다가 다시 광고 주죠? 한 번 맛을 본 한겨레는
다시금 삼성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아예 삼성 광고를 받지 않는
(주지 않는 건지 받지 않는 건지 둘 다인지 모르겠으나) 시사인과도 구별되는 점입니다. (시사in은 나꼼수 때 언론 중 거의 유일하게 팬덤을 얻어타서 구독료만으로 독자운영이 되는 거의 유일한 언론사죠)
"사회 의제를 주도하는 주요 언론들은 구독자(시청자)를 다른 기업에
광고영업을 통해 판매한다. 특히 구독자를 ‘오피니언 리더’로 고급화하는
흐름 아래 언론들은 지배계층과 광고주의 이해에 입각한 기사들을 제공한다.
이는 ‘뉴욕타임스’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 노엄 촘스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념 스펙트럼을 그렸을 때 조선, 동아를 가장 우쪽에 당당히 그려넣을
수 있는 것과 달리, 가장 좌쪽에 제도권 종이 신문을 위치시키기는 참 애매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일보가 최근 우파 스탠스를 버리고 좌파 우파를 섞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참신하지만, 난잡합니다. 원래 퓨전 레스토랑이 제일 인기 없는 거 아시죠?
'차돌박이 맛있는 집', '김치찌개 참 잘 하는 집' 등 하나를 특정해야 잘 팔리는 게 현재 시장인데 이거저거 다 갖다놓으면 잡탕되기 쉬우니까요. (별론이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일보의 이러한 시도가 요즘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보세요.)
결국 우리나라 언론에서 진보 언론은 '없다' 혹은 '미미하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 결국 자유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듯 그나마 이들의 힘으로 먹고 사는 경향 한겨레가 이들마저 버릴 수 없다는 생래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말씀드렸듯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월간)가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거의 유일한 진보 언론 아닌가 생각될 정도니까요.
사실 이 문제는 심각합니다. 사회 성원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한 쪽 창이 없다는 건, 그만큼의 창 밖을 볼 수 없다는 거거든요. 강이 앞에 있으면 뭐합니까. 창이 없으면 리버뷰(River view)가 아닌데요. 북한 사람들이 멍청해서 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볼 수 있는 창 자체가 인민을위한 거지같은 기관지밖에 없으니 자본주의의 세계를 모르니까 가만 있는 거죠.
제가 진보주의자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진보언론은 커녕 그런 언론이 발을 딛을만한 토양조차 없다는 건 우려스럽습니다. 이건 필연적으로 심각한 사상의 빈곤을 수반하거든요. 볼테르의 말처럼 '훌륭한 정부는 그만큼의 훌륭한, 그러나 반대되는 언론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제대로 된 진보 언론이 없으니 '진보'의 구획도 불명확하고 따라서 유시민 같은 얼치기 좌파가 자신이 진보임을 떠들어도 아무 논란이 없는 거고요. (유시민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다만 자신이 진보주의자임을 떠드는 건, 참여정부 때부터 많은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보수쪽이 망가져서 진보 코스프레를 할 필요조차 없는 지금은 더더욱 제대로 된 진보언론의 탄생이 요원하기만 한 것처럼 보이네요. 사실 무엇이 보수/진보언론인가에 대하여는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지만 이 글은 그러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이쯤 마무리 짓겠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어떠한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Snu Roman.(에쎈유 로만)이었습니다!
"I will always fight for progress and reform"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진보를 위해, 변화를 위해 싸울 것이다."
-조지프 퓰리처
(ㅇㅇ상의 바로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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