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세의 근원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5월28일(토) 06시34분35초 KDT
제 목(Title): 의대 series 15 : 필기가 문제라구요?
요즘 학생들, 너무 게을러.
내가 본과 다닐 땐 오른손으로 받아적고
왼손으로 그림 그렸는데...
- 서울 의대 박모 교수님의 말씀...
암기의 비중이 클수록 필기는 중요해진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우선 신나게 받아쓰기에 바쁜 곳이 의대 강의실이다. (근데 나중에 생각을 할 틈이...)
요즘은 강의 교재를 교수님들께서 직접 제작하여 나누어주시기에 부담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후배들을 보면 필기하느라 비명을 올린다. 더우기 교재라곤 거의 없이 모든 강의 내용을 필기해야 했던 staire 세대의 의대생들은...
......................
7. 필기의 달인들
의대생들의 필기 동작은 일견 일사불란해 보인다. 누구나 펜을 대여섯 개 이상 움켜쥐고 (색색으로... 같은 것을 2개씩... 왜냐면 펜을 떨어뜨렸을 경우 허리를 굽혀 주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로 잔뜩 긴장해 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라는 말씀이 떨어지면 \'딱딱딱딱...\'소리가 강의실을 울린다. 12색 볼펜을 쓰는 애들이 색을 바꾸느라고...
\'음, 이거 잘못 썼네... 철자가 틀렸어요...\'라는 말씀 뒤엔 좀 둔탁한 \'툭툭툭툭...\' 200여개의 화이트를 일시에 흔드는 소리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빠짐없이 받아쓰는 \'옵세\'들이 있게 마련...
옵세란 \'Obsessive personality\'의 준말인데... 필기든 공부든 유달리 집착해서 부지런떠는 애들을 약간 비꼬는 말이다.
(잠시 딴 얘기... 후배 중에 공부 안 하기로 유명한 녀석이 있는데... 어느날 그 녀석의 별명이 \'건달\'에서 옵세로 바뀐 걸 알았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드디어 녀석이 마음을 잡았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구요... 그애가 옵세라는 소리 한 번만 들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그러길래... 그렇게 불러주기로 했어요...\")
잡담까지 받아적는 옵세가 있는가 하면 부지런히 (쓸데없는) 그림을 그려넣는 옵세,
시험에 나올 리 없는 \"일설에는 이렇게 저렇게 주장하는 정신나간 학자가 있는데...
난 개인적으론... 그런 거 안 믿어요...\"라는 말씀까지 \'일설에는 이렇게 저렇게
주장하는 정신나간 학자가 있음. 김용일 교수님은 개인적으로는 안 믿으심...\'
이라고 쓰는 hyperobse까지 다양하다.
끝으로... staire의 여섯째 딸(주: 아끼는 후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지현이 이야기. 지현이는 글씨가 예쁘면서도 무지 빠르다. 그리고 중요한 곳에는 \'폼폼\'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그림을 하나씩 그려두는 버릇이 있는데... 어느 후배가 전하는 이야기,
\"제가 반도 못 받아쓰고는... 할 수 없이 옆자리의 지현이 노트를 넘겨다 봤더니... 그새 다 받아쓰고 벌써 폼폼이를 그리고 있더라구요. 그것도 3마리째...\"
---원저작자는 서울대 의예과 83학번, 동 대학 기계설계학과 89학번 강 민형 씨로, 지난 2005년 타계하셨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진짜 수능까지 열심히하실분만 하루공부시간/기상,취침시간/각오/카톡...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잡담까지 받아적는 옵세가 있는가 하면 부지런히 (쓸데없는) 그림을 그려넣는 옵세,
시험에 나올 리 없는 \"일설에는 이렇게 저렇게 주장하는 정신나간 학자가 있는데...
난 개인적으론... 그런 거 안 믿어요...\"라는 말씀까지 \'일설에는 이렇게 저렇게
주장하는 정신나간 학자가 있음. 김용일 교수님은 개인적으로는 안 믿으심...\'
이라고 쓰는 hyperobse까지 다양하다.
이 부분에서 좀 찔리는군요..
제가 저런 필기 버릇이 좀 있는데.. 잡담고 쓰고 그림도 그리고-_ -;;
저게 그렇게 이상한 버릇이었나;;ㅠ_ㅠ;;;
일설에는~ 같은 그런 것도 시험에 나오는 경우가 잇죠;;;
그런데 펜을 떨어뜨렸을 경우 주울 시간이 없다니 ㅋㅋㅋㅋㅋㅋ 좀 너무...
의대생들의 필기 동작은 일견 일사불란해 보인다. 누구나 펜을 대여섯 개 이상 움켜쥐고 (색색으로... 같은 것을 2개씩... 왜냐면 펜을 떨어뜨렸을 경우 허리를 굽혀 주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로 잔뜩 긴장해 있다.
저는 무조건 단색으로만 필기하는거 빼곤 너무 똑같네요 ㅋㅋㅋㅋ 아놔 왜 슬프지.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로 잔뜩 긴장해있다 ㅋㅋㅋ
손 다한증이라 필기한번 제대로 못해본 사람은 부러울뿐
↑ 죽었다고요
스테어옹 글 재밌게 읽으면서 의대에 대한 꿈을 키워갔는데 제가 입학한 해에 타계하셨군요........헐
요 근래에는 ppt강의가 많아져서 필기량이 많이 줄었어요
...졸업하신거 아닌가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