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를 갔다.
요 며칠 전, 국밥집엘 갔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려는데, 저것이 무슨 글자인지 알 수가 없는 거 아니겠는가. 안경을 고쳐 써도 글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래서 결국 평범하게 내장국밥이나 말아먹고 나왔다. 어쩌다 내 눈이 이렇게 되었을까. 평소에 먹던 약들 때문에 어지러워서인가 싶어 하루 걸러도 보았지만 용태는 영 변치 않았다.
수능이니 논술이니 나에게 바쁜 일들이 이런저런 사건을 통해서 도망다닌 사건도 생기고... 별 수 없이 그들을 잡으려 우리는 뛰어야 했던 터라 병원엘 가야지 가야지 해두고 막상 가지를 못했다. 그 사이에도 점점 나의 눈은 불편해져만 갔다. 안경테도 점점 삭아가서 휘고, 안경알도 잔금이 많아 안 그래도 안 보이는 것을 더 안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오늘, 마침내 병원엘 갔다. 거기서 나는 뜬금없는고초를 겪었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검사를 받다가 왠지 모를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 웃음은 멈추질 않고 계속 입가에 머물게 되었다. 이유야 여러가지였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겠다. 논술을 가르칠 적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이것을 읽어보라 시켰는데, 이곳에 오니 내가 도리어 저 화면에 있는 숫자를 읽도록 지시받았다. 나의 학생들은 나의 구린 문장들로 만들어진 학습 자료들을 잘도 읽어내었지만, 나는 여기서 저 숫자 5 6도 구분을 못하고 앉아있다. 누가 누굴 가르쳐야 할까? 계속 숫자를 말하다 속으로 조금 창피해져 웃음이 터진 것이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분도 이 거렁뱅이처럼 부스스한 몰골의 환자가 푸흐흡 하고 웃는 것을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이 내용을 다시 생각하여보니 그곳에서 정말 크흡 하고 웃음이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그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님께 사과드린다.
아무튼, 결과를 들어보니 안경을 바꾼지 거의 3년이 되도록 똑같은 안경을 쓴 게 신기하다고 하셨다. 근시가 많이 심해져 안경의 도수를 많이 올려야만 했다. 안경원엘 가니 거기서도 놀라며 말했다. 한번에 도수를 5단계나 올려야 한다며 어지러울까 걱정했다. 그리고 안경이 무거워질 것이라며나에게 미리 당부하였다. 안경알 10만원. 테를 바꾸기엔 돈이 없어 알만 바꾼 것이다. 허나 테도 삭아서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저 1년. 2년만 더 버텨주길 간절히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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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다.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