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미학
한 가지 거짓말을 하면 열 가지 거짓말이 그것을 위해 또 필요하다. 열 가지 거짓말을 만드는 것은 상당한 능력을 요구한다. 첫째, 모든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예외 현상을 제거해야 하며 둘째, 그것들을 인과적으로 끼워맞춰야 하고, 셋째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함에 있어 배짱(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배짱이 있어도 상황이 연결되지 않으면 거짓말은 탄로나고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말해도 불안해하면 심증의 뒤끝을 너무 크게 남기게 된다. 따라서 거짓말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는 상황의 틀 자체를 다시 짤 줄 알아야 하며 일체의 예외 현상이 없도록 치밀한 조사를 해야 하고, 게다가 충빈히 뻔뻔해야 한다.
일상대화는 열마디 중 한 두마디가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기억이 잘 안난다며" 넘어가기 쉽지만 거짓말은 열마디 중 한 마디만 맞지 않아도 열 마디 모두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와 나의 '논리게임'이며 '심리테스트'이기도 하고 최대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총성없는 전투다.
그렇기에 거짓말은 당신에게 완벽주의를 요구하고 치밀한 논리, 배경, 정보를 갖추는 훈련이 되며 두둑한 배짱을 심어준다. 거짓말을 연습하고 실전에 써먹으면서 익힐수록, 당연하게도 상대의 거짓말을 전보다 수월하게 잡아내고 타진한다. 거짓말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그래 내가 거짓말했다. 어쩔래?"라 말해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압도적 힘밖에 없으며 이런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거짓말의 매력은 당신이 위기를 모면하거나 기회를 잡아내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없던 진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술한 배경정보, 논리, 배짱이 결합된 거짓말은 연역 귀납적으로 점검해도 완벽하기 때문에 듣거나 보는 사람은 이를 믿지 않을 재간이 없고 결국 이 거짓말은 그들에게 '나로 인해 태어난' 진실이 된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찬양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수많은 것들로 얽힌 이 세계에 대해 우리는 진실이건 거짓말이건 전부 진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짓말은 진실이기도 하다. 이게 거짓말의 미학이다.
P.S.: 경험상 수학 잘 하고 자신이 잘 났다고 믿는 사람은 보통 거짓말을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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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잘읽고갑니당
고맙습니다:)
직접쓰신건가요..?! 띵문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몰입되네...
제 경험을 환기시키는 좋은 글입니다.
거짓말을 위해 상황을 설정하고, 디테일을 만들고, 그러다가 꼬이는 바람에 들통나기까지...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하루에 한번씩 읽고있음 띵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