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6
남북단일팀에 관하여.
어릴 때부터 한국을 응원하지 않았다. 한국이 역전골을 넣을 때, 간발의 차로 쇼트트랙 날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인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스포츠란 국가대표 이전에 직업이고, 어찌보면 직업화된 스포츠 경기란 사익에 충실한 극히 개인적인 활동에 불과한데도, 스포츠 잡담가들은 그걸 국력과 연관지으며 공적인 화제인 양 기만한다.
예컨대 축구 한일전은 독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한국팀의 승리는 '독도를 빼앗으려는 일본에 대한 응징'으로 묘사되고 전쟁으로부터 우릴 구한 것도 아닌데 '대첩'이라는 대서사시 용어가 지겹게도 사용된다. 올림픽이 한창인 어느 날, 모 언론사는 '금,금,금... 모처럼 국민 웃었다'는 기사를 냈지만, 한국 선수단이 앞으로 획득하게 될 메달 수와 상관없이 몸에 장애가 있는 또다른 세 모녀는 끼니를 걱정하며 살 것이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 독거노인은 사각에 방치된 채 소주로 제 명을 더욱 축낼 것이다. 고유가와 고물고에 따른 생활고와 위정자의 부패, 책임회피는 사라지지 않는다. 열정적인 스포츠 잡담가들에게 움베르트 에코가 달아준 딱지는 유아기적 세계관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얼마 전 끝났다. 시작부터 시끄러웠고 대회 내내 조용치 않았다. 정치적 패싱은 하키선수들마저 패싱했다. 세 명이 스케이트로 도는 종목도 '팀웍'이 없다며 온 국민이 까기 바빴는데 11명이 뛰는 아이스하키의 팀웍을 말해서 무엇하랴. 이는 공정하지 못했다. 달성되는 평화는 모호하다. 따라서 부당하다. 남북 단일팀은 충분한 공론화도 없이 그저 '평화'라는 모호한 국익을 이유로 '공정성'을 포기하여 선수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공정할 때 평등권이 향유된다.
물론 얼마 전 성사하기로 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방북의 결실이었고 남북단일팀이 밀알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하키팀 하나로 이게 된 건 아니다.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보면, 그렇다고 해도 이를 계기로 선수들의 꿈을 꺾을 수는 없다. "덕분에 사람들이 아이스하키에 얼마나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어차피 출전은 할 거고, 출전시간만 줄어드는 거예요."라는 한 여당 정치인의 실드는 나를 더욱 괴롭게 했다.
나는 한국이 이탈리아에 역전 골을 넣을 때, 이승엽이 한일전에서 군면제 역전홈런을 때려낼 때 역시나 흥미롭게 관전했을 뿐, 기뻐하지 않았다. 연봉 수십억을 받는 이들이 국가선전에 기여한 대가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대신 다른 병사들은 뇌종양이 있음에도 군대에 징집돼 두통약을 처방받고 죽어가야 했으며 GOP에서 수류탄에 얼굴이 불타야 했다. 이런 스포츠 전시 국가에 '신성'하다는 국방의 의무는 단지 값비싸게 거래되는 재화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남들의 섹스를 '구경'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사드문해 특 1
본인 재수까지만 해도 드문만 있었음
-
4-5% 시험지에 100점받고 10% 시험지에 85받고 결정적인 단서나 선지에 단어...
-
아 다른 학교도 다 하는 건가
-
윤석열이랑 박민수 나란히 제로투 추는 거 KBS에 생중계하면 복귀할 생각입니다❤️❤️
-
너무 답답하다 0
학겨 주변 동네 너무 낙후되었고 살인 사건들도 일어나고 대학 가면 많은 경험을 할...
-
이게 맞냐... 화1 정상화좀
-
그 특유의 나른함과 무기력함과 다음날이 지옥이라는 사실이 너무 싫음
-
대2 N수 시작 0
인서울 컴공 2학년이고, 무난한 학점.. 나름 우리학교 간판 학과라 취업도 매우...
-
오늘 서울대 물리 면접 보신분 계신가요? 역대급으로 어려웠던거 같은데 어떠셨나요
-
ㅈㄴ부럽다
-
둘 다 붙으면 어디 감?
-
논술 준비 하면서 기하가 생각보다 진짜 진짜 괜찮은 과목이라고 느껴지는데 워낙...
-
과탐 하나 과목 바꾸는거라 내년꺼 나오기 기다리면 시간이 너무 지날거같음
-
특히 잔나비 노래는 책한편 읽는 느낌임 그런김에 읽을만한소설책이나 가사좋은노래추천좀...
-
우~야쓰~~ 0
다들 머함
-
23때 모의수능봐서 화작 98 뜨고 작년 언매 73점인가 뜨고 올해 언매 98뜸
-
지인선<<<.... ...<<<사드문해 참고로 저는 사드문해중 하나도 풀지않았습니다...
-
각각 1, 2 뜨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
너무 차이가 심하네요..
-
누나력 ㅁㅌㅊ?
-
님들 빠른년생이면 한번 더 볼거에요? 빠른년생이면 나중에 취업할 때 좀 이득을 보나요?
-
오르비에 이 시기에 이런 글 써서 정말 죄송하지만…ㅠ 이유가 뭔가요? 돈때문인가요?...
-
예스아이씨 그물망 팬츠
-
기출코드로 공부해도 ㄹㅇ괜찮을듯
-
지금 당장은 대학만 가면 모든게 해결될것 같아보이지만 더 좋은대학을 갈망하게...
-
?
-
수능끝나고 다음날부터 바로 공부 시작해서 일주일쯤 했는데 슬슬 힘드네요 만나는...
-
이게 내 희망이야
-
먼가 로그인되어있던것들이 다 날라갔네
-
양참덮 0
너무배부르고맛잇는데어케다이어트음식이지 ㅜ
-
수학실모를 풀수밖에없어 ㄹㅇ 심심해
-
재외국민 전형에서 12특이 중간만 해도 연고대, 하위권도 중경외시/건동홍으로...
-
몇이 정배일까요…
-
먼가 먼가 익숙함
-
모고성적 믿고 수시 싹다 상향 학종박고 벌써 4떨인데 등록금 아까우니까 그냥 재수박을까요
-
모험을 떠나봅니다
-
어떤게 좋을까요 0
아주대 숭실대 과기대 인하대 그리고 원하는 과는 기계,건축중 하나인데 기계가 더...
-
19일에 신청햇슴니다 , 뭔 6일에 신청을 받았다는데, 너무 늦게 신청했나요?
-
2컷도 내려올까?
-
왠지 평가원이 이기상을 저격하고 있는 느낌 작년에 평가원이 수학에서 현우진 뉴런을...
-
설거지아들
-
알테어젠 펮트론 0
시발시잘시잘
-
내신 점수대나 생기부에 이상있는 그런거 보이면 cc주는건가요? 아니 몇점대가...
-
저녁 뭐먹지
-
단어 소홀히 해서 개쳐맞았네...
-
궁금하네
-
어디서 보니까 막 자료애 태양 고도? 그런거로 자료제시하고 풀던데 최근에 뭐...
-
서아,민지,혜윤,영주, 누가 더 예쁠까요?
-
이터널리턴할까 1
메테오는 찍어야제
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