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비 [811013] · MS 2018 · 쪽지

2018-04-18 22: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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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장에서 유쾌한 사수생 만난 썰 3. S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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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는 창밖을 내다보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사람 옆에 자리를 잡고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 저.. 아침부터 쭉 봤는데요, 왜 그렇게 악수를 하시는 거예요? "


그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앞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말을 했다.


" 많이 불행한가 봐요. "


왓...?


그는 말을 계속해 나갔다.


" 올해까지 4번째 수능을 보는건데, 매년 참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잘 안됐어요.


뭐가 문제일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공부만 열심히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이라는 게 단순히 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저를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는 더 잘해주고 싶었고.. 뭐 꼭 그게 합격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 올해는 붙을까 해서 ㅎㅎ.. "


순간 큰 울림을 느꼈다.


나도 재수생이라는 타이틀을 쓰고선,


공부라는 한 가지만 보고 주변을 너무 소홀히 대했나 싶었다.


스스로 반성을 하던 중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 그럼 아침에 합격 수기는 왜... ? "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그걸 보셨어요 ???? "


당연히. 무슨 A4에 대문짝만 하게 쓰면서..


" 그냥 수능 볼 때마다 루틴 같은 거예요. 하하.. 


그리고 또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하잖아요.


누가 알아요, 정말 그 글처럼 될지. 물론 지금까지는 뭐... "


나는 말을 낚아챘다.


" 올해는 꼭 잘 되실 거예요. "


" 감사합니다. 그쪽도 잘 되실 거예요. ㅎㅎ. "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


사실 하기 미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눈물 아닌 눈물을 함께 흘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7)


마지막 시험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어김없이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수고하셨어요. 잘 되실 거예요.


심지어는 감독관님께도 악수를 청했다.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를 했는데,


서로 말없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초저녁의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교문을 나섰다.


" 근데 아까 그 사람 웃기지 않냐? 무슨 악수를 해 ㅋㅋㅋ "


" 그러게, 재밌네. 근데 한편으론 조금 씁쓸하네. "


" 뭔 개소리야, 피방이나 가자 ㅋㅋ "


길었던 하루가 저물어 갔다.



8)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인지,


사람들에게 악수를 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가 공부를 하던 중,


누구보다 유쾌했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합격을 했는지, 아니면 다시 수능을 도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악수를 하면서까지 간절했던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진실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나도 그 사람처럼 악수를 해볼까 한다.


혹시 같은 교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다면, 아마 그게 나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올해는 잘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


부족한 글임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쓰다 보니 마지막편은 유머글이 아니네요. 하하..




++


주작이라고 하시는 몇몇 분들에게,


아무래도 유머글이기 때문에 저의 감정 묘사나 비유 같은 부분들 몇 개를 추가했을 뿐.


있는 그대로 썼습니다.


저도 저런 분을 만난 게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아요 !




+++


많이 웃읍시다.


행복해지려고 이렇게 다들 열심히 하는 건데.


현재가 아무리 나빠도, 언제까지나 나쁜 건 아니잖아요 :D


일희일비 노노.


우직하고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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