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칰킨포 [336522] · MS 2010 · 쪽지

2010-12-09 19:28:42
조회수 2,277

삼반수를 시작하기전에 반수를 돌아보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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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도권 근처에 이름대면 와~는 아니어도 아~는 할만한 대학에 다니다가
반수를 선택해 이번에 시험을 본 문과학생입니다.

반수를 처음 하겠다고 마음 먹게된 건....
아마 작년 현역때 9월이었을 겁니다. 육사시험을 봤었는데
떨어졌었습니다. 그것도 몇십점 차였으면 인정했을텐데 아슬아슬하더군요.
성질이 났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어디가던 한번은 더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올해 2월말 OT에 가서 학교에 실망을 하고
3월초 중학교 떄 부터 좋아하던 친구를 만났는데 너무 초라하더라고요.
그래서 호기로 반수를 시작했습니다.
반수를 맘먹기전 집에 술먹고 들어와서 다시 수능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깽판을 쳤던 터라 부모님 몰래 했습니다.

학교가는 날에는 쉬는 시간 및 이동시간을 쪼개서 단어를 외우고
집에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쉬는 날에는 집 근처에 도서관이 많아서 아침 8시부터 도서관에 가서
징하게 하다가 재수하는 친구들과 나왔습니다.
한 3주 하다보니 부모님이 눈치를 채셨더군요. 그래서 말씀을 드리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4월.....지금 다시 생각하니 이 때부터 뭔가 삐걱대었습니다.
부모님이 반수를 하는 대신에 학군단 시험을 보자는 조건을 거셨습니다.
평소 대학진학 후에는 학군단을 지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당연히 지원했습니다. 학군단 지원으로 인해 스케줄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은근 슬쩍 두리뭉실하게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학기를 마쳤고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때 완전 주저앉았습니다.
점심값, 저녁값 아깝다고 집에서 공부를 하려 했습니다.
안그래도 평소 통제력이 약하던터라 부모님도 말리셨지만 우겨서 했고 망했습니다.
아주 처참했습니다. 6월에 모의를 아주 잘 본터라 혼자 자만해서 여유로웠죠.

그 결과 9월에 아주 제대로 뒷통수를 맞고 휴학을 결심하고 부사관훈련을 받는 형이
집에 휴가를 왔을때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엄청 반대하셨습니다.
형마저 말렸습니다. 정말 억울하고 화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거 같은데 말리시니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주일을 미친듯 공부했더니 부모님이 허락을 하셨고 형이 형 월급을 모아서라도
니 등록금은 대줄테니 걱정마라고 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 때 마음만 가지고 갔더라도 잘 되었을텐데 제 의지력이 정말 버러지였습니다.
그 마음이 오래가지 못하고 불안감이 커지더니 점점 친구들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오르비에서도 몇시간씩 붙어있고....결국 수능날이 다가왔습니다.

수능 볼때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언어는 30분이나 남았고
수리는 촉박했지만 아는것은 다 풀었다고 생각했고
외국어도 20분이나 남았습니다. 사탐도 아주 편했습니다.

근데 집에 와서 체점하는 순간 뒷통수가 찌릿하더군요.
너무 빨리 풀고 자만하느라 점수가 아주 화려했습니다.
정말 어려운거만 골라서 다 맞고 쉬운것만 골라서 다 틀려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그 때 좀만 더 신중하게 봤으면 성급하지 않았으면.....후회가 밀려왔지만
뭐 바꿀 방법도 없으니 이제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아직도 과연 삼반수까지 하면서 제가 원하는 대학을 가야하는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고
지금 학교에서 그냥 하고싶은 거 하면서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대로 멈추면 평생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아서 삼반수해보렵니다.
내년에는 꼭 입시실패기가 아닌 수기에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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