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줍는 순간 죄인이다.
'범죄자'되기는 쉽지 않다. 착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닐지라도, 법은 지켰다. 내 아무리 멋대로 살아왔기로서니 법을 어기랴. 다들 생각은 이런데, 그럼에도 자기도 모르게 죄짓기 쉬운 범죄가 있다. 음주운전이 그렇고(설마 걸리겠어?) 교통사고가 그렇다(12대 중과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추가될 것이다. 무슨 뜻일까.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횡령한 죄라는 뜻이다. 지금 장난하냐는 혹시 모를 독자를 위해 첨언하면, '이탈'에 주목하길 권한다. 내 물건을 내가 이탈시킬 수 있을까? 어색하다. 나도 모르게 물건이 이탈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남이 실수로 떨어트린 물건, 그래, 그게 점유이탈물이다. 그리고 이걸 '이제 내 것'이라며 챙기면(횡령) 죄가 된다.
물건을 주으면 횡재가 아니라 횡령인 것이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박군은 성실하고 꿈많은 대학생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당국에서 공무원같지 않은 공무원같은 삶을 꿈꿨다. 비가 엄청 오던 어느날, 버스에 탔던 박군은 우산이 없었고 건너편 좌석에 장대우산이 홀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저걸 쓰고 갈까?" 끽해야 돈만원도 안 할 것 같은 그 저렴함이 박군의 의지를 굳건하게 했고 결국 박군은 우산을 챙겼다.
그런데 그 우산은 사실 한 사람의 많은 사연이 담긴 명품 우산이었다. 우산의 주인은 버스의 종점까지 가서 우산을 찾았지만 행방은 불명, 결국 CCTV를 확인하게 된다. 박군의 신원은 특정됐고 결국 그는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됐다. 그 우산이 소위 '짝퉁'이었다는 사정은 유무죄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다른 사례가 있다. 평소 건조한 몸을 녹이기 위해 스파를 이용하는 김양. 그녀는 여느때처럼 사장과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여유있게 스파를 즐기고 짐을 챙겨 나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즐긴 터라 급하게 나오던 도중 복도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지갑을 주운 김양은 약간의 현금과 신분증 및 신용·체크카드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1주일간 보관하고 있다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혹시 지갑을 주웠냐는 경찰의 물음에 김양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했다. 왜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돌려주려 했지만 바빠서 잊고 있었다고 답했다. 경찰이 믿기 어렵다 하자 김양은 믿으라 했다. 그리고 3주뒤 김양은 경찰서에 출석해 지갑을 돌려주었으나 기소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김양을 믿어주었다. 김양이 지갑을 그대로 사무실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고, 현금을 쓰지 않았으며, 지갑을 돌려주려 경찰서에 가려 했는데 바빠서 가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져갈 의사가 없었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르게 봤다. 판사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관 전화를 받았음에도 돌려주지 않다가 1달 가까이 되어 돌려준 점도 이상하고 지갑에 신분증이 있으면 이를 확인하고 연락하는 것이 "돌려주려 했다"는 김양의 말과 부합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가지려고 주운 것이 아니고, 돌려주려 했어요."라며 김양은 흐느끼며 절규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100%의 실체적 진실은사실 변호인도, 판사도 모른다. 변호인은 무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최선을 다해 무죄변론을 하고 판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면 엄숙하게 유죄판결을 한다. 어느 경우든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런 확신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100%의 진실은 오직 김양만이 알 것이다. 바빠서 무신경했을지언정 추호도 가질 생각은 없었는지, 아니면 사태를 주시하다 잠잠해지면 적당히 현금 몇 푼만 쓰고 버리려했을 것(불법영득의사)인지.
물건을 주워 범죄자가 되는 이런 케이스는 연평균 약 3만3천건으로 강제추행(약 1만1천건), 횡령(약 1만 1천건)보다 많다. 그럼에도 검거율은 전체범죄율 평균(80%중반)보다 훨씬 낮은 30% 안팎이다. 그러니까, 낮은 검거율이 더 많은 범행을 부추기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본인이 부주의해서 잃어버린 건데 피해만 회복하면 좀 봐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시의 부주의로 물건을 영영 잃게 된 입장이 되어본 자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횡재(橫財: 뜻밖의 재물), 잘못하면 횡재(橫災: 뜻밖의 재난)될 수 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뭐 원래도 엄청나게 높은학교까진 아니었는데, 올해는 진짜 개 나락갈지 아니면 그냥...
-
구글에 쳐도 안 나옴. 한글로는 당연히 안 나오고 영어로도 잘 안 나옴. 대학교...
-
친구랑 놀거나 연애같은건 잘 안하죠?
-
뉴진스가 가처분 신청 안하면 하이브가 뉴진스한테 계약해지통보+손해배상소송 거는...
-
대성마이맥 인강 강사 추천해주세요
-
내 사촌이랑 나랑 ㄹㅇ 부랄친구인데 걔 남친이 군대갔단말임 근데 휴가 나왔을 때...
-
아침 간계밥 점심 육개장 밥 치킨너겟 밥 좀 남김 저녁 샐러드 닭가슴살 단백질쉐이크...
-
인증 11
해줘
-
소신발언) 찍맞으로 47 -> 50이면 찍은것도 실력이다. 4
솔직히 1개 찍어도 47까지 확신이 있어야 찍죠...
-
약간의 희망과 기대와 꿈을 가지고 공부했었는데 뭔가 목표의식이 있었고 나름 열심히...
-
초딩 때 이후로 또래 여자랑 말 해 본 경험이 없음... 내년에 수능보고 내후년에...
-
2025 수능 풀어봤을때 공통 14.15.20.21.22 틀렸고 이번 기말끝나고...
-
ㅈㄱㄴ
-
학원에서 그룹과외 잡아줌 ㅋㅋ 전역하고 일자리 생겼다 ㅅㅅ
-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 왜 싫은지는 알겠는데 과격해야 하는 거도 알겠는데 왜...
-
누가 더 잘 가르쳐요?
-
양자 얽힘 8
두놈이얽혀있다
-
2주동안 그냥 뇌빼고놀아서 더이상 놀게 없는데 그냥 지금부터 공부해야할지 아님...
-
화학사랑cl님 자료~ 출처:...
-
미적vs기하 3
다른 과목 공부해야 하는 거 많고 수학 못 함요ㅠ 재수생이고 내일부터 아마 고1 수학 할 듯 하네요
-
ㅈㄴㅈㄴ 덩치 큼 +카카 존나 잘생김 -넥슨아이콘매치 선예매해서 겨우 직관 간 사람-
-
금주1일차 9
오늘을겨우버텨냈어요
-
내가 무슨 오르비에 재수 성적 변화를 적겠냐 삼수 성공한 뒤에 자랑스럽게 적겠다
-
처음이란 건 돌아보면 니가 흘렸던 작은 말들 무심한 듯 담았어 나도 모르게 하늘을...
-
조회는 되는건가요? 아님 조회도 아예 안되서 학교 가야되나
-
팡파레 3
매일 아침 들으며 등교함
-
고2 11모 44434 내신 5 12월부터 공부 시작 언기물화 고3 6모...
-
뉴진스 기자회견 0
그냥 애들이 예쁘네요
-
이거 안되면 논술 보고온게 의미가 없어지는디
-
님들 4
애인이 떼쓰면 어떰? 좀 많이 떼쓰긴함.
-
덕코 주세요 1
-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거야!
-
시력교정술 0
하신분들 추천하시나요? 부모님이 부작용때문에 걱정이 많으신데 어떻게 설득 할 수 있을까요?
-
내가 좀 좋아하고 있는애라 생인선물 챙겨주고 싶은데 나도 별로 돈이 읎네......
-
미적 2컷 4
진짜 하루에 한 번씩 오르비 수만휘에 미적2컷 검색해보는거같다.... 공2 미3...
-
뉴진스 1
아차차! 뉴진스가 아니라 뉴진우스였네요!
-
둘 다 랍격하면 어디 가세요?
-
씨발…
-
취하도록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다 같이 마시자~
-
부모님께서 저 보고 계속 그냥 아무대학 아무과나 가래요ㅠㅠ 저 혼자 고대 교과부터...
-
게으름 대처방법 14
일단 저지르고 미래의 나한테 맡기는 거임
-
공통과목도 해주시나요
-
블록쌓기겜 주제에 뭐이리 비싼거임 ㅡㅡ
-
예비고3 강기분 0
고2꺼는 높2 고3꺼는 3정도 나오는거같은데 강기본 스킵하고 바로 강기분 문학 독서...
-
쪽지 질문은 나한테 2000원 내고 하셈.
-
유토피아 0
기침나오고코막히고목아프고몸살까지나는데춥고배고파그래서남은치킨먹으니까코막혀서아무맛도안느껴져
-
=138,336,336이래요.
-
운동이나해야지 0
할게읎다
-
만약에 만든다면 기본적인 플러그인 넣고 생야생이나 모드 조금 넣어서 할려고 하는데...
-
심심한데
저 알바할 때 주방장님이 지갑주웟다가
경찰서 가져다주기전에 집에 잠깐 가져갔다가
빨간줄 그어졋엇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