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나무 [820423] · MS 2018 · 쪽지

2019-10-14 00: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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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수능 끝나고 나서가 가장 돈이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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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집이 좀 특수한 상황이었기도 한데, 내 재수와 연년생인 동생의 미대 입시의 환장할 조합 때문에 더 그랬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대 입시는 수능 이후 정시 실기전형을 위해서 한달 간 거의 합숙 수준으로 학원에서 준비한다. 재료값 학원비 기타 등등으로 돈이 엄청 깨짐. 문제는 내가 재수종합학원을 다닌다고 그동안 이미 한참 돈이 깨져 있었음.


남들은 수능 끝나고 다 놀러다닌다는데, 노는 것도 돈이 있어야 놀지.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내가 체감하기에는 진짜 돈 1, 2만원으로 싸움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수능 끝난 나는 잉여인데 부모님은 일하러 가시지, 동생은 미술학원 가지... 식사는 나 빼고 다들 또 밖(직장, 학원 등)에서 해결해서 집에 정말 먹을 것도 없었다.

수능 끝나고 여자애들은 또 화장품도 사고 스타일도 바꿔보고 꾸며보는데 그것도 돈이 없어서 못했다. PT는 고사하고 화장품, 옷 살 돈은 꿈도 못 꿨다. 돈을 목적으로 물건을 팔았던 적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근처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집에 있는 책을 가져가서 3만원 조금 넘게 받았다. 고전에 나오는 책 파는 가난한 선비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부터 돈에 좀 집착하게 됐었나 싶다. 서울로 대학 가게 되어서 그전까지 할 알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마트 재고조사 알바, 쿠팡 알바.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했던 인터넷 서점 물류센터 알바. 물류 알바가 전부였다. 그렇게 알바비 받아서 친구도 만나고 동생 밥도 사주고. 혼자서 국내여행 1박2일 정도는 다녀 봤고.


집안 사정이 바로 나아지지가 않아서 서울로 와서 용돈 쓸 때도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1학년 여름부터 어찌저찌 선배 소개로 알바를 했고 학원 알바, 과외, 시터 알바, 편의점 등등 해봤고 지금은 나름 만족스런 잔고가 쌓여 있다. 살면서 돈 걱정은 더 안 하고 싶다. 여유 잔고가 있다는 게 얼마나 숨을 틔워주는지.

여기까지 한탄이었고 앞으로 살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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