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메모1] 파란불
(오늘부터 글을 몇 자 써보려 한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그 행복의 준거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연속인데 가끔 '목표 달성'이라 착각하게 된다.
얼마 전 일이다.
약속이 있었고 난 짐머만의 슈베르트 판타지를 들으며 평온하게 길을 나섰다.
늦지도 않았다. 음악과 새소릴 벗하며 걷다 저 앞 횡단보도 파란불을 보았다.
딱히 뛸 이유가 없었는데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찼고 땀이 났다.
가까스로 Time-in 하여 무사히 건넜지만 옷은 땀에 절었고 숨을 헐떡댔다.
방금 누리던 평온은 깨졌다.
안 뛰었다면 저 앞 횡단보도에서 유유히 음악을 즐기며 여유를 부릴 내 잔상이 보였다.
뛰지 않았다면 난 지금 걷는 대신 저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다시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나는 '효율'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목표라 착각하는 파란불의 허상이 우리 인생 도처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대학입시, 다이어트, 입사, 결혼, 행복의 관문이라던 모든 욕망이 모두 타인에게 학습된
만들어진 사회의 욕구였다는 사실을.
내가 정말 뛰어야 했던 파란불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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