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에서 수능이 끝나면 벌어지는 일들.
6평도 보셨고 살짝 여유를 즐기시라고, 가볍지만 의지보충할수 있을만한 "수능이 끝나면 기숙학원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적어봅니다.
일단 통학은 제가 겪어보지도 못했고, 채점을 거의 집에서 하기에 큰 의미는 없을거에요. 기숙에서 수능이후 3일간 남아있으면서 본 것들을 적어봅니다.
전 작년에 기숙학원을 다녔습니다. 수능은 근처의 한 고등학교에서 봤구요.
전날 밤에는 다들 서로 불안하기에, 그리고 다음날 이시간에는 공부를 놓아도 된다는 생각에 서로 흥분해서 파이팅 넘칩니다. 잠도 잘 안오고 취침시간 직전에는 막 남자들끼리 소리지르면서 아는애들 전부 껴안고 다니고..ㅋㅋ
아침에는 뭔가 잘볼것같은 근자감과 더불어 다들 파이팅 넘치니 힘이 넘쳐서 시험장에 들어가지만,
수능이 끝나면 조금 정숙해진 분위기와 서로들 망했다며 말을 아낍니다.
학원에 돌아오는 버스가 도착하면, 반이 넘는 학생들은 바로 짐을 싸서 퇴소하고,
남은 학생들은 국수영을 맞춰보며 언제쯤 탐구 답안지가 나오는지 기다립니다.
그냥 평소보다 훨씬 잘봐서 기쁨을 주체못하는 경우에는 자기점수를 말하기도 하지만, 왠만하면 다들 점수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킵니다. 대신 시험의 난이도와 각 과목의 컷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토론합니다.
탐구 답안지가 나오고, 자기 점수가 fix된 이후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보면, 네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점수가 안나와서 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학생이며 작년에 가장 안타까웠던건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학원 벽에 쪼그려 앉아서 부모님이랑 통화하면서 "열심히 할만큼 했는데도 점수가 안나오는걸 어떡하냐고"라고 꺼이꺼이 울던 여학생..
남학생들은 망쳤으면 대부분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한 친구는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옆에서 봐도) 점수가 정말 안나와서 눈물을 훔치며 9시쯤에 퇴소했습니다. 제가 다 안타깝더라는..
둘째는 숨어서 하던 연애를 대놓고 하는애들. 팔짱끼고 다니는 남녀를 몇 커플 관찰할수 있고, 벤치에선 체액을 교환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원장의 강력한 토벌로 7시 이후에는 대부분 진압되어 집으로 강제 송환됩니다.
셋째는 고백하는 애들. 이게 생각보다 많은게.. 1년간 함께 지냈으니 '1년 꾹 참았다가 수능치고 고백해야지' 하는 마인드인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서.. 한 부류로 분류될 수 있을정도로 많습니다.
대부분은 차이던 것 같습니다.(환상 ㄴㄴ) 운좋게 번호를 따가는 놈도 있었지만 기숙은 여러 지방에서 다 오기때문에 대부분 수능 지나면 흐지부지 됩니다. 대학 개강 전까지 계속 사귄다는 커플 단 한커플도 본적 없음. 재수때 생긴 연애감정은 그냥 추억으로만 남겨두세요.
넷째는 그냥 멍하니 있긴 뭐하니 산책이나 나온 저 같은 부류들. 그냥 이럭저럭 수능을 봤거나 평소보다 좀 못본 놈들이 구성원인것 같으며 "드디어 해방이다"를 시작으로 앞으로 뭘 하면서 놀아야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합니다. 같이 와우하기로 결정했었는데 결국 성사되진 못했네요.
이렇게 있다보면 어느새 10시가 지나고, 논술을 칠 학생들에 한해 잔류가 허용됩니다. 논술강의를 또 돈받고 팔거든요. 그럼 다시 방으로 가서(휴대폰을 만지며) 누워서 이제까지 1년간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꺼냅니다.
제게 가장 충격이었던 건 4월부터 11월까지 같은반에서 매일 붙어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했던 연애관계였고.. 사실 누가 고백했었는데 차였내 이런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수능 다음날부턴 다시 논술수업이 시작되는데,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 연필이 수능전과 비교해 약 30배쯤 무거워집니다. 공부 진짜 의지강한 애들아니면 안되구요, 나머지는 대충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밥주면 밥먹고 수업듣는 척 합니다.
이렇게 몇일 더 지내다가 논술시험치면 퇴소하는게 일년간의 기숙학원의 마무리입니다.
재미삼아 읽어보세요. 공강에 하도 할게없어서 모바일로 적느라 힘들었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정도도수학과외할수있을듯 저격은아닙니다~
-
어디서 끝내야 제일 좋았을까
-
수학 질문이요 1
한완기 살때 테마북도 같이 오는건가요? 아니면 따로 사야하는건가요? 현우진 정병호...
-
욕설 불편하셧다면 ㅈㅅ인데 진짜 레전드 ㄷㄷㄷㄷㄷㄷㄷㄷ
-
농어촌 가능합니당
-
그것은 구운미쿠
-
과연 내년 1학기에 의대생들 휴학할지가 너무 궁금... 특히 신입생들
-
25 9월처럼 기하 컷이 미적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제로인가요?
-
비둘기는 잡식성이지만 개중에도 낙엽을 먹이로 삼는다. 가을에 바닥을 쪼고 있는...
-
현 대통령 짤 수집으로 정치적 현안 기르기.
-
의사는 관심없고 1
해부실습해보고 싶어요
-
누워서 쉴때는 그렇게 우울하더니 카페 나와서 공부하니까 삶에 의욕이 생김
-
Day1에서 주관적으로 허용,불허하지말라고 그렇게 배우고 반복해서 감도 다 잡았는데...
-
( 한국갤럽, 국민 50% "내년도 의대 신입생 인원 조정해야 한다" ) 0
국민들 여론에서 이정도 나오면 ?! '의료개혁'이라는 워딩으로 포장한 의료대란'을...
-
https://www.sdijon.com/course/curriculum ㅈㄱㄴ...
-
근데 자전가면 8
무조건 2전공이상 해야해요? 송영준님께서 경제정치 2개 하셨길래요
-
솔직히 팔로우수는 10
100언저리 아슬아슬할때가 제일 재밌다고 생각해요 안정권인 지금은.. ..
-
과탐 4
23 수능 때 현역이었는데 그때 화1 지1이 각각 38 45점이었거든요 (백분위...
-
아
-
진학사 보는데 다군 성대에서 내가 국수영탐 90 98 2 97 이고 다른 사람이...
-
50일 수학 - 신발끈 및 도형 (이미지t) - 라이트 쎈 수 상하 - 세젤쉬...
-
내가 달고싶구나..
-
[단독]챗GPT, 로스차일드 가문 상속자 'david mayer' 치면 먹통 4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오픈AI의 챗GPT에서 로스차일드 가문 일가인...
-
인서울 지거국만
-
23학번 애들 보면 분명 내 또래인데 슬슬 괴리감이 느껴짐...
-
재수 시기 7
대충 언제부터 하시는지요 들
-
선 씨게 넘는데
-
시발점 확통 2
이틀전에 이미 시발점 확통을 사버렸는데 지금 확통 들을거면 개정 시발점이 더...
-
이영수쌤 커리를 탈 지, 이명학쌤 커리를 탈 지 고민입니다. 4
이영수의 기출분석은 꼭 풀어보고 싶은데 그냥 영수쌤으로 쭉 갈까요? 아님 이명학쌤...
-
현실은 4등급따리지만 1년.. 아니 2년... 4년이 남았으니까라는 위험천만한 마인드
-
제가 이제 두각에서 수학단과를 한개 다니려고하는데, 그 과목의 단과를 들어야지만...
-
"급발진했어요..." 시청역 사고 이후 급발진 주장 늘었다 [앵커리포트] 3
다시 봐도 안타까운 지난 7월의 서울 시청역 앞 역주행 사고 장면입니다. 9명의...
-
오호..
-
약대 암기력 이해력 안좋은사람이 가도 견딜만한가요? 6
암기력이랑 이해력이 좋은편은 아닌데 가서 견딜만한가요? ㄹㅇ 공대랑 너무 고민되네
-
메가 기준 설대식 403.7 낙지 기준 405.2인데.. 작년 컷이...
-
노력없이 여자 Or 남자 구경 쌉가능 는 무슨 걍 내가 쉬가 자주마렵다
-
공하싫 11
겜만하면서 살고싶어
-
상상패키지 좀 비싼데 12
이원준풀커리 탈거고 월간지느낌으로 뭐 푸려고 매월승리 혹은 상상 월간지 고민중임....
-
아이젠전 뽕 좆됨
-
혹시 헬스하시는 분들 중 헬바디 가본 분 계신가요?? 0
어떤가요??!
-
개때리고싶네
-
지구 사탐런 7
고2인데 러셀에서 모의수능 봤을 때 16-20틀인데 할까요? 하면 어떤 거 하면...
-
방학때 돈벌게 되었슴니다
-
ㅈㄱㄴ
-
ㄹㅇ 내가 지금 현생에서 하는 중인데 여자랑만 어울리기 ㅆㄱㄴ
-
사실 자기를 대학생이라고 생각하는 미친 다람쥐가 아닐까 정녕 이게 대학생의 삶인가..
-
언 미 영어 물 생 84 92 2 50 44
-
시대 과탐 컷 2
1컷 말고 2,3컷도 잘 맞추는 편인가요? 물1 3컷이 42가 말이 되나..
ㅋㅋㅋㅋㅋ저도 재수는 기숙학원에서 했는데 공감되네요 ㅋㅋㅋㅋㅋ 그것도 벌써 2년전이니 추억이네 이제... 힘들지만 재밌었지...
저 궁금한게 있는ㄷㅔ쪽지로 물어봐도 될까요??
저 재수 끝났을 때가 떠오르는 글이네요.
오랜만에 회상에 잠겨봅니다.
어디 기숙학원 이셨어요?
ㅋㅋㅋㅋㅋ재밌네요
기숙학원도 엄청난 추억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