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현직 고1이 정시올인을 하게 되기까지...
먼저 전 수도권 비평준화 평반고에 재학중인 학생이며,
저 스스로 법조인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으며,
부끄럽지만 학벌에 대한 집착이 심한 사람입니다.
정시가 쥐약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그리고 저와 같은 정시파이터 분들께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1) 입학 ~ 중간고사
입학 이후엔 ‘무조건’ 학종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신대비를 중학교 때의 내신으로 생각하는
오만한 아이였죠,
주변 선배들이 중학교 때 전교권이었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자란 저는
고등학교에서의 첫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3월달에 입학하자마자 4월 마지막 주 중간고사까지
내신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학원에선 개별적으로 내신대비를 당장 시작해달라고 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습니다.
평일 기준 학교 자습 제외 순수하게 교외에서 공부한 시간은
평일 6시간 이상, 주말 10시간 이상으로 유지했습니다.
평반고, 게다가 1학년 첫 시험 특성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신의 무서움을 모르고 공부를 안했습니다.
1~3등급 정도 되는 아이들만 열심히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저처럼 공부하는 아이들은
20명 남짓이었습니다.
(오르비에선 3등급이 어떤 의미일진 모르지만
제 주변에서 3등급이면 인서울은 힘들어도
인가경은 갈 수 있는 ‘꽤’ 공부한 사람으로 인식되더군요)
암튼 그렇게 중간고사를 치르고, 꽤 괜찮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원래부터 못했던 영어를 4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등급은 1등급대가 나왔으며, 영어만 해결하면
연고대를 교과로도 쓸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 나왔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반장을 하며 각종 활동들을 하고,
진로와 관련된 레포트를 써서 내는 등
생기부 관리를 병행한 상황에서 나온 성적이었기에
이 성적만 유지되면 충분히 연고 서성한을 갈 수 있다고
무작정 생각했습니다.
2) 중간고사 이후 ~ 기말고사 직전
이 시기는 다들 아시겠지만 기말고사 전에
모든 수행평가를 끝내기 위해 쌤들이
몰아서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시기입니다.
전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주 실시한 체육대회를 신나게 즐기고
그 이후부터 기말고사 대비를 시작했지만
수행평가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고
시험 한달 전까지 수행평가만 준비했습니다.
영단어 암기 수행평가는 망해버린 중간 영어 성적을 메꾸기 위해
3주간 750단어를 매일 3시간씩 외웠습니다.
어떤 분들은 너무 과하게 외웠다고 질타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단순암기를 진짜 너무너무너무 못합니다.
이해력이나 사고력은 나름 상위 5%안에 든다고 자부하지만
단순 암기, 특히 영단어처럼 맥락없이 무식하게 하는 암기실력은
평균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매문법, 윤사를 못하고 수학과 경제를 잘합니다)
이런 처참한 암기력은 훗날 정시로 전향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외웠음에도 불구하고
영단어 수행평가는 20점 만점에 16점을 받았고,
내신이 3등급대 후반인 친구는 벼락치기로 이틀을 외웠는데
18점이라는 점수를 받습니다.
여기서 1차 현타가 왔습니다
그럼에도 영어는 중간때부터 내다버린 자식(?) 느낌이었기에
멘탈을 잡으며 기말고사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수행평가 성적을 확인하며
2차 현타를 겪습니다.
알맞게 쓴 논술 수행평가에서
‘정성이 부족하다’라는 말도안되는 개같은 이유 하나만으로
점수가 또 2점이 까이고, 열심히 ‘외운’ 국어문법 수행에서도
2점이 깎입니다.
1등급인 사회와 국어에서 2점씩 까인다는 것은
지필고사에서 6.666....점을 깎인 다는 의미인데
굉장히 치명적인 감점이었습니다.
저는 국어 수행평가 점수를 확인하고
제 암기력에 다시 한 번 현타를 느끼게되고
사회 수행평가에선 진짜 어이가 털려서 넋을 놨습니다.
수행평가 점수를 확인하곤 3일 동안 공부를 못했습니다.
저는 제가 멘탈이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신에 반영되는 곳에서, 제 대학이 직접적으로 결정되는 것에서
점수가 까이니 처참하게 멘탈이 날아갔습니다.
참 부끄러운 멘탈이지요....
하지만 공부를 못하고 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저를 불러 왜 공부를 요즘 안하냐며 상담을 했습니다,
이때 선생님과의 상담으로 다시 멘탈을 잡고
기말 대비를 시작합니다.
3) 기말고사 후 ~ 현재
5일간 시험을 보는데 첫날은 영어를 봤습니다,
중간고사보단 나아진 성적을 받았고,
별로 공부도 안 한 기가는 생각보다 너무 잘 봐서
2등급은 너끈히 가능한 성적이 나왔습니다.
(기가는 지필은 1등급 성적이지만 만들기를 더럽게 못해서
수행평가가 많이 까였습니다)
2일차, 국어와 한국사를 봤습니다
문제는 이 날부터 시작되었죠...
가장 자신있었던 과목인 국어에서
가장 자신없는 파트인 문법파트로만 시험이 구성되었어서
매우 걱정되던 시험이었는데 역시나... 망쳤습니다.
특히 시험종료 7분 전에 마킹이 종료된 시점에서
갑자기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셔서 문제를 수정하셨고,
긴장한 상태였던 저는 수정된 부분만 보고 답을 바꿨다가
원래 제대로 풀었던 문제를 막판 수정으로 틀립니다.
무려 2문제나요...
100% 객관식 시험이었던지라 문제 당 배점이 커서
2문제로 저는 70점대를 맞았습니다.
제가 원래 문법을 못했지만 실수로 틀린게 너무 분하더군요.
2문제만 아니었다면 안정 2등급은 나왔을텐데 말이죠,
(한국사는 잘봤습니다. 목숨걸고 9회독을 했거든요)
결국 이 때 멘탈이 다 날아갔습니다.
채점을 집에서 해보고 충격을 받아 쓰러졌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신체적으로 실신했습니다.
몸이 피곤하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수행평가 점수때문에
2주 이상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그 스트레스가 국어시험으로 터졌던겁니다.
이 날 별의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간 영생을 바랄 정도로 삶과 인생에 대한 집착이 컸지만
이 날 저녁에 창문을 보며 정말 투신까지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이때의 충격으로 직전 공부는 커녕
이때까지 공부한 지식도 날아가서
수학, 과학, 사회 모두 시험을 망쳤습니다.
아마 세 과목 모두 3등급이 나올 것 같습니다.
결국 중간고사 때 영어를 4등급이 나왔음에도
등수 기준 평균 1등급대 후반, 전교권에 머물렀던 저는
기말고사의 영향으로
국어 2~3, 영어 4, 수학 3, 사회 3, 과학 3, 국사 2, 기가 2 라는
충격적인 등급을 받아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전과목을 망친거죠,
이때 이후로 저는 큰 현타를 느끼게 됩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부모님과 진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시가 힘든 길인건 알고 있지만 너무 수시가 힘들다,
공부를 하는 것 자체는 행복하고, 내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공부로써 보여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험 성적 때문에 멘탈이 너무 힘들다,
5일간 시험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매년 4번씩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으니
정시로 전향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저에게 그런 말을 하겠죠...
“수시에서도 멘탈을 못지키면서 무슨 정시를 하냐“
네, 할 말 없습니다.
꼴랑 기말고사에서 멘탈 못지켜 쓰러진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저에게 아주 많은 시간이 있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N수생이요? 물론 그들은 하루종일 공부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2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고,
학교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시간을 제외한다고 해도
최소한 재수생만큼은 총 공부량을 현역 때 채울겁니다.
제가 싫어하는 언매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신보다 등급이 잘 나오는 영어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능이 저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저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분들에게
용기를 심어드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이 사회는 고1, 고2 정시파이터를
안좋은 시선으로 보며 도피성 정시라고 호도합니다.
그리고 정시파이터는 너 밖에 없다는 뉘앙스로 말하며
외로움을 심어줍니다.
(물론 걱정이 아닌 질타만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직접 ‘선택’한 정시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겁니다.
다들 화이팅하십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5,000)
-
5,000
-
최초 정답자 5명에게는 각각 1000덕씩 드리겠습니다 형식은 대체적으로 엄청 쉬운...
-
N제 한번도 안풀어봤고 감유지로 조금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너무 어렵지 않은걸로 추천 부탁드려요..!
-
한번 캔 스카안에서 딴적있고(ㅈㅅㅈㅅ) 음식물 어디 버려야되는지 모르겠어서 싱크대...
-
카투사는랑 공군은 각각 휴가/외박 어느정도 나오나요?? 공군군수카투사
-
댓글로 올해 목표 말씀해 주시면 한 번에 올릴게요!! 현재 접수 현황 자유의 지 -...
-
수능은 아니고 자격증 준비인데 좀 빡센 자격증이라 빡공해야 해서 다시 깔까 고민 중…
-
승제쌤 책 맨 앞쪽에 1등급이목표면 담금질 건너뛰고개때잡-기출끝->정승앤제->굴욕감...
-
신념 0
의지 희생 사랑 평화
-
재종 장점 0
시대 재종 장점이 뭔가요 강대x 물리 확통 지구 더프 영어 논술
-
-6000 1
헉!
-
A 10% 도 …안나올듯 ㅋㅋ 일단 난 원점수 100
-
어제 쓴 인사말 관련 드립 당사자 요청에 의해 내려감 이 글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
뉴깅이5분 휴식 2
넵 이제 수학 해보자..
-
수리논술 준비중이고 성균관대와 그급 학교로 6논술 준비 중인데 대치동 로고스와...
-
원래 평백 98에서 안떨어졌는데 6평 망친 이후로 시간 배분에 대해서 강박이 생겨서...
-
8월 전까진 끝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하루 국어공부는 3시간 정도 되는데 병행하면...
-
점심 ㅇㅈ 2
사실 첨부터 나갈 생각이였죠
-
18학년도 수능 기준으로 샤인미 설맞이 클리어 이해원
-
고2 정시파이터 0
노베입니다 오늘부터 열공할게요!!! 수험생활 시작
-
궁금한게 있는데 3
저를 왜 팔로우하세요… 하지마세요…
-
안가는게 맞는걸까요 주말에도 07~23 공부해야한다네요..
-
노베..제발 1
6모 국어 52 영어 52 이렇게해서 5 5 나왔고 7덮 쳤을때는 국어 46 영어...
-
봇치 걸밴크 케이온 보고 나서 저도 미소녀 여고생 밴드가 하고싶어졌어요 군 전역...
-
N제 추천좀요 88,92에서 안올라가네요 어려운거, 계산 많은거, 역겨운 문제 많은 n제 대환영
-
영국 노동당 내각 프랑스 총선 이란 선거 도쿄 도지사 이스라엘 헤즈볼라 와우야
-
걍 갑종 이새끼는 자폐병신새끼임 뭔 설명을 해도 남을 이해를못시켜요...
-
목 겁나 부었네 10
-
1시까지 쉬다가 오후공부 할거임
-
An합 파이인거 어캐 찾음??? 난 갑자기 찌릿하면서 보여서 풀긴 했는데 어캐 찾았나요 다들;;
-
전화번호를 해지한지 반년정도 됐는데 어차피 폰을 안봐서 번호를 없앴거든요 근데...
-
아까 병원갔을땐 37.2도였는데 ㄹㅇ 머리가 왤케 아프지 어지러움
-
배달으로 목을지 나가서 목을지 고민중
-
국어 > [리트 전개년 기출 언어이해] 2023 19~21 > [리트 전개년 기출...
-
정주행 하고싶네 수능 끝나고 정주행해야디ㅣ
-
외국인 대신 홍명보 선임한 이유는… 축협 “원팀 리더십과 전술” 1
대한축구협회(KFA)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
남들보다 관리해야할 체력바가 한칸 더 늘어나는 느낌 남들은 인생살면서 신경조차...
-
안녕하세요, 부적 제작에 대한 기존 글에 댓글이 너무 많아져서 새롭게 글을 작성할...
-
인강 추천 해주실 수 있나요? 30대 아저씨고 전공은 통계학입니다 그냥 일반화학...
-
새기분 오티 0
새기분은 오티가 없나요??
-
비오던 작수가 어제같다..
-
같은과 22학번이시고 난 23학번이야 아마 동갑이거나 한살 많을거같은데 계절학기...
-
연 VS 고
-
?
-
좀 성불하고 싶다…
-
시간 재고 푸시나여 아니면 그냥 n제처럼 푸시나요 국수영탐 전부다
-
9평 얼마 남지도 않은 시점에 강사 환승? 망하는 지름길. 투커리는 괜찮으니 차라리 투커리 하십쇼.
-
지금 기숙으로 6
7월에 환경 바꾸는건 너무 별로일까요? 여름 되니까 통학할 체력 슬슬 떨어지기도...
-
괄호 seven으로 확인사살 ㅋㅋ
-
팔로워가 갑자기 세포 분열해서 다시 하는 자료 안내 0
1. Cementation 주간지 1-1. 고체, 유체, 천체 각 4주씩 총 12주...
-
엄소연t 괜찮나요? 현우진t 커리 베이스라 n축 같은 잡다한 스킬 잘 모르는데 따라갈 수 있을까요
힘내용
건강 챙기면서 하길
멋집니다 문돌이 입시는 3년 가까이 박으면 뭐라도 됩니다
만약에 확통하시면 수능때 다 풀고 12점씩 더 깎일 수 있으니 미적분으로 바끌거라고 믿습니다
경우의 수 구하는게 워낙 적성에 안맞고 함수나 대수적인 풀이가 더 적성에 맞아서 안그래도 미적하려고 합니다 ㅎㅎ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파이팅합시다 :)
공부하신 내용이랑 이 글 보니까 잘 하실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그런데 그냥 노파심에 말씀 올리자면.. 앞으로 대학에서 정시에 정성평가 비중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지금 이미 내신 던진, 21~23 수능 본 선배들은 그래도 됐었던 시대였던 거고 요즘 고등학생들은 정시로 가려 해도 챙기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싶네요... 너무 챙기기 어려운 학교만 아니면 대충 2점 후반 정도만 맞춰보심이 어떨까요? 한 2주일 정도만 가볍게 준비하면 정시 공부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요
team 07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