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턴우즈를 위한 변명-2022학년도 수능 경제지문
1. 서론
최근 겨울방학 특강을 시작하며 새로 고3이 되는 학생들과 함께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문이 2022학년도 수능에 나왔던 이 브레턴우즈 체제 지문이다.
먼저 얘기를 하고 가자면 이 지문에 대한 많은 문제는 이 지문을 브레턴우즈 지문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이 지문을 브레턴우즈 지문이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인지, 그리고 평가원에서 지문을 왜 이렇게 썼고 이 문제들을 출제한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2. 첫문단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
이 지문은 내가 여러번 강조했던 첫문단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문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아 국제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적자 상태가 지속되어 달러화가 과잉 공급이 되면 준비 자산으로서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환율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꽤 긴 문장이 첫문단 마지막줄에 등장했다. 사실 이 지문은 이 문장 하나만 제대로 정리하면 꽤나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문이다. 몇몇 학생들이 이 지문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을 다시 한번 뜯어보자.
1번 상황
미국 경상수지 적자X->국제 유동성 공급 중단->세계 경제 위축
2번 상황
미국 적자 지속->달러화 과잉공급->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 저하->고정환율제 붕괴
라는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있고, 두 상황의 결론이 다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부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얘기가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것은 바로 2문단 첫문장에 나와있으니 이 역시 배경지식이 필요한 얘기가 아니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출제자는 많이 친절하게 장치를 두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그것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윗 문장을 보면 트리핀 교수가 이런 예측을 한 것은 1960년이었다
그리고 3문단을 보면 실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라고 나온다. 괜히 출제자가 이런 시간을 지문에 써놓은 것이 아니다.
즉 이 지문은 트리핀 교수의 위대한 경제학적 예측을 보여주는 지문이라는 것이다!
2.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3문단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문단이 3문단인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은 본인들이 3문단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 지문 문제를 못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위에 봤던 것처럼 3문단은 1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트리핀 교수의 예측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보여준 문단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처럼 사용하는 일명 '재진술'을 문단 단위로 사용한 문단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실제로 미국 경제는 1970년대에 들어서 트리핀 교수가 예측한 것처럼 2번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두가지가 제시가 됐는데
1번 해결책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 절하
2번 해결책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내려서 그 가치를 올리는 평가절상
이 그것이다.
그러면 다시 트리핀 딜레마로 돌아오면 2번 상황이 지속중이고 이때 트리핀 교수의 예측에 따르면 달러화 과잉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럼 이것이랑 같은 내용은? 공급이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배경지식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느낌이 오는지? 위에서 본 2번 해결책은 1번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지문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달러화의 평가절하는 규정상 불가능했다고.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2번 해결책이 될 것이디. 그런데 지문에서 보면 독일 일본 등 여타국이 평가 절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이 얘기가 나온 이유를 이젠 느낄 수 있을까? 1번 해결책이 불가능한 상황을 제시하고 2번 해결책이 어려운 이유를 얘기한 것이다. (첨언하자면 그러니까 문제화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에 따라 나오는 이야기인 엔화 마르크화 투기적 수요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가 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닉슨쇼크로 브레턴우즈 체제를 깨버리고 1번 해결책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트리핀 교수의 예측을 살펴보니 역시나 트리핀 교수는 고정환율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고 이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4. 생뚱맞은 4문단이 등장한 이유
그러면 이제 4문단이 갑자기 등장한 이유가 설명이 된다. 지금까지 트리핀 교수는 타임머신이라도 탔던 것처럼 모든 상황을 예측했는데 그럼에도 트리핀 교수도 틀린 것이 있었다. 그게 바로 달러화가 준비자산으로 신뢰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는 여전히 달러화는 준비자산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고 필자는 그 이유를 교차환율의 경제성에서 찾은 것이다.
5.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문제를 살펴보면 당연히 나올 얘기들이 출제가 죄누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첫번째 문제에서 답이 되는 틀린 선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에 세계 경제 위축에 대해 트리핀 교수는 어떤 전망을 했는가?
이 선지가 틀린 이후는 트리핀 교수가 전망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트리핀 교수는 세계 경제 위축은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1번 상황)한 얘기다. 당연히 틀린 말이라서 틀린 선지다.
그러면 보기문제도 왜 출제됐는지 이제는 느껴지는지?
보기의 내용에 따르면 A국 통화에 대한 B국 C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켰다.
그니까 이번에는 트리핀 교수의 예측처럼 2번상황이 된 것이 아니라 1번상황이 된다면 어떤 결론이 나타나는데?
이걸 물어본 문제라는 것이다.
6. 결론
시험장에서 이 지문을 처음 봤을 때 과연 쉬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지문을 당시 수험생이 아닌 고3이 되는 학생들이 한땀한땀 읽어가며 풀기엔 그래도 해볼만한 지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되게 예쁜 지문과 예쁜 문제의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브레턴우즈를 위한 변명이 되겠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떤가용 들을만한가용
-
서성한중 <<이게 맞음 16
반박시 뉴진스 안티로 간주
-
어디가 좋을까요...?
-
술한잔만 할까 6
그냥 겁나 마시고싶음
-
다 풀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 좀 얇은거 풀만한거 없을까요?
-
현재 드릴4 수12미적2회독 드릴5 수12미적 2회독 했고 드릴 3은 오늘...
-
제 카톡친추된 사람들의 업데이트된 프로필? 거기에 제 프로필 뜨나요??
-
없나요?
-
흐흐ㅡ흐ㅡ
-
솔직히 중앙대는 6
푸앙이가 귀여움
-
ㄷ선지가 열점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나요? 남아메리카 왼쪽에 나스카판 경계 부근에 해령...
-
얼버잠 4
ㅂㅂ
-
요즘 계속 우울하고 무기력해요 공부는 공부대로 안잡히고 성적은 성적대로 안...
-
정신차리고 하자 10
그래 해보는거야 서울대 가는거 보여줄게
-
얼버취 3
더 이상의 지각은 없어야하기에...
-
전화해봐야되는데 개귀찮음
-
자러감。◕‿◕。
-
뱃지를 떼니깐 4
확실히 오르비언들이 날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네 ㅠㅠ
-
경중외시 5
대통령 배출 대학!
-
서성한중 1
에 아무대학이나 붙으면 좋겠다 서강경영 가고싶다
-
2021학년도 6월 모의고사 수학 가형 6번입니다 이 문제를 풀 때 그냥 직선이...
-
애초에 오르비에 4
인싸가 존재할 가능세계가 존재 하는 걸까...?
-
ㅇㅈ할까흠 8
흠
-
헌헌보는사람 5
-
8~9월까지 4시에 자고 11시에 일어나야지 이게 독학재수의 매력 아닐까..
-
근데 왜 서성한중임? 13
-
140일만참자
-
이제 없지?
-
김범준 하나 들을까
-
전부 스프링인게 ㅈㄴ 멋있더라 그보다 생명 개념책은 사는게 편하지않나
-
야식 ㅇㅈ 4
장어 ㅈㅁㅌ
-
호훈 스피드러너 킬캠 6평대비 장영진모 이해원모
-
실모 많이 풀면 해결될까요
-
ㅇㅈ 12
-
저만 공통 개쉬웠나여
-
허수판독기보고 놀랐음
-
재밌다 더 해죠
-
조금만 더 닦으면 강팀 상대로도 쓸듯 상혁이형도 트타하고 보기 좋다잉 담주 금요일 꼭 이기자
-
수능 끝나고
-
다이어트 2일차 2
죽여줘.
-
애기 ㅇㅈ 11
오늘은 팜하니 보고가라.
-
잡담 안단 사람들 다 팔ㅊ, 크흠... 저도 새르비는 잡담 안달 때가 있지만 12시...
-
ㅇㅈ 22
그나마 잘 나온거..? 끝
-
시간이 참 빨라
-
놀랍게도 동기 포함해서 20명 이상이 오르비언이라...
-
나락가니 아숩네 요즘 나락 가는 애들 왤케 많냐
-
ㅇㅈ은 자신감있게 13
인증글로 좋아요 도합 183개 받음 ㅎㅎ
-
이건 그냥 많이 하면 아무나 주는건가요?? 찜한 학생은 없는데...
-
ㅇㅈ 3
뭐 어떤거 원해요? 제가 할수 있는건 해드림
배경지식땜에어려운거맞는디
ㄹㅇ 환율같은거 기준 잘 모르면 그냥 틀림.. 지문에서 뽑아낼 순 있는데 뽑아내라고 적어놓은 글도 아니고 실전에서 하기 불가능에 가까움
심지어 배경지식을 알았어도 실전에서 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덧붙여봅니다
혹시 어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주관적이지만 배경지식이 있을 때 배경지식이 없을 때보다 훨씬 풀기 편했습니다
환율, 금리의 기본 개념 정도만 알아도 훨씬 풀기 수월한 문제 같습니다
밑에 댓글에도 달아놨놓긴 했는데 확실히 환율 같은 건 더 자세히 설명 달아주면 좋을 것 같은 지문이었어요 이런 부분들은 차라리 지문 길이 길어져도 좋으니 자세히 써주는게 좋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헤겔지문을 워낙 이상하게 써놓고 지문길이 줄인다고 다 생략해버린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해보는 지문입니다
불친절한지문이져
배경지식 없으면 이해 못한다 (x)
배경지식 없으면 이해 힘들다 (o)
혹시 어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힘들다고 생각하시나요?? 환율이 뭔지 이런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