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day Commander [887105]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4-03-31 23:31:11
조회수 5,572

[노베이스 회고록1] - 하위권~최하위권 생태 보고서

게시글 주소: https://susiapply.orbi.kr/00067733127

안녕하세요.


영포자 지도 전문 강사, Good day Commander입니다.


저는 평소에 '절평 영어에서 7~9등급이 떠본 적 있는 사람' 또는 '살면서 영어공부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을 편의상 '9등급'이라고 칭하는데요.


그리고 최근, 9등급 학생 두 분이 새로이 제 수업에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 밑에 있는 학생 중 9등급 학생만 4명이 되었습니다. (와우, 9등급 ASSEMBLE!)


제 수업 일정상 자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몇몇 수업을 거절 또는 보류(장기대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제가 9등급 N수 학생들을 어떻게 참겠습니까..


4등급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르비언 여러분들도 9등급은 못 참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자리가 없는 시간표에 억지로 자리를 만들어 끼워 넣은 결과 제 시간표가 터지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이 새롭게 수업에 합류하기 전까지 약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만


그 시간 동안 노베이스 관련된 글들을 올리고 당분간은 학습 관련 글은 올리지 않고 댓글 위주로 돌아다닐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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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저는 노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강사가 된 이유도 노베를 제대로 가르쳐보겠다는 것이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최하위권뿐 아니라 중하위권, 중위권, 중상위권, 상위권, 최상위권 학생들 모두를 지도해왔지만,


제 수업은 언제나 노베 학생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루기 어려운 꿈을 꾸고, 


도전해서 성공하고, 또 실패하고,


성공하는 노베보다 실패하는 노베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대입 시장이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했고, 또 앞으로도 다해갈 겁니다.


이러한 맥락으로(9등급 ASSEMBLE을 기념해서) 이번에 준비한 글은 '노베이스 회고록'입니다.


이 노베이스 회고록은 제 학창시절의 경험, 그리고 강사로서 쌓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노베이스에 대한 모든 것들을 풀어보고자 세 편으로 준비한 시리즈 글입니다. 구성과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편 - 하위권~최하위권 생태 보고서

→ 노베이스 시절의 제 경험, 그리고 제가 노베이스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직접 보고, 듣고 느껴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노베이스란 무엇이고,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노베이스에 대한 것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2편 - 노베이스를 위한 나라는 없다

→ 왜 노베이스는 안 되는 건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건지 제가 직접 보고 느껴온 지독한 현실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3편 - 현실의 벽을 넘어

→ 노베이스가 남들과 비슷한, 또는 남들 이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1편도, 2편도, 노베 학생들 입장에선 속상한 이야기가 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왜 여러분들이 노베인지, 노베가 얼마나 상태가 안좋은지, 얼마나 (대입 시장에서)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지 적나라하게 써내려간 글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꿈을 가지고 있는 노베 학생분들에게는 망치로 한대 때리는 것과 같은 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3편은 노베 학생들을 위한 글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갈 수 있도록 고심해서 쓸 생각입니다.



그러면, 바로 '1편 - 하위권 ~ 최하위권 생태 보고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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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학창시절


기억을 되짚어보면, 어릴 적부터 저는 공부와 인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되짚어 올라가 볼까요? 


음, 이제는 어렴풋해졌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회상을 시작해 봅시다.


그 시절 저는 게임에 처음 재미를 들였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그때가 제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시기였던 것 같네요.


어린 나이인 만큼 당연히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게임이 마냥 재밌어서 학교가 끝나면 어떻게든 게임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PC방에 갈 돈이 있으면 당연히 PC방을 가고,

PC방에 갈 돈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책을 읽었던 것 같네요.


게임을 하고 싶은데 수중에 돈은 없고, 집에서는 게임을 할 수가 없으니 그나마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라도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는 비디오 게임이나 콘솔 게임도 충분히 인기가 있었지만 저는 컴퓨터 게임만 재미있었어요.


어린 시절 제 기억은 이렇게 오로지 게임으로만 점철되어 있습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게임뿐이라 더 설명할 게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앞당겨 중학교 시절을 회상해 볼까요?



중학생이 된 저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무너져버린 수학/영어를 더이상 따라갈 수가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초등학생 때는 공부가 싫었지, 아예 이해가 안된다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중학생 때 즈음부터 제 공부 인생은 물음표만 가득했던 것 같네요.


쉽게 말해 제 성적표는 '수직 낙하'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함수? 원의 성질?


초등학교 수학도 다 떼고 오지 못한 제가 이해할 수 있을리도 만무하거니와


영어는 손도 댈 수 없는,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수업 시간에 항상 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제게 수업은 그저 깨어 있는 상태로 멍하니 칠판만 응시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점심시간 되면 일어나서 밥먹으러 가고, 하교쯤 되면 집에 가서 게임할 생각이 신이 나있는, 그런 모습만 기억에 남습니다. (중학생 즈음부터는 집에서 게임을 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험?


그냥 시험지를 받으면 한 줄로 벽돌(기둥) 세우고 잤던 기억이 나네요.


선생님들도 깨우는 걸 포기한 학생, 생기부에는 주의와 집중이 산만하다는 말이 적혀 있던 학생.


그게 접니다.


예. 전형적인 노베이스였지요. 반마다 몇명씩 있는 흔하디 흔한 노베이스. 


소위 선생님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꼴통'으로 불리는 최하위권 학생.


그게 저였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떡잎이 남달랐던 강사님들 또한 많이 계신 것이 대입 시장이기에,

이렇게 회고해 보니 강사로서는 어찌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 바닥까지 찍어봤던 제 경험이 역설적으로는 노베이스 전문 강사로서 일해오는 동안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가 공부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 그때는 꿈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공부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던 사람입니다.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해 본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이니까요.


하지만 고등학생 때의 이갸기는 '2편 - 노베이스를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다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만을 다루고 넘어가겠습니다.







II 노베이스란 무엇인가?


노베이스란 무엇일까요? 다들 알고 계시듯 사전적 정의는 'No 베이스', 다시 말해 '베이스가 없는 사람'입니다.


대입 시장에서의 '노베이스'란,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밑(=기본개념)부터 다 빠져 있는 학생'을 의미하지요.


편의상 노베이스를 '등급'으로 치환하여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현실에서 노베이스 기준은 5-6등급 이하라고 보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4등급 이하부터는 노베,


오르비에서는 반농담 반진담으로 3등급도 노베로 보는 것 같습니다. 

(2등급 노베설도 나오는 곳.. 그곳은 오르비)



노베이스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위의 설명을 보여주면 될 뿐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으로는 노베이스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노베이스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노베이스는 단순히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맞는데, 공부'만'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것도 전방위적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왜 이들이 노베이스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굴러 떨어진 건지, 왜 벗어나질 못하는 건지..


이는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생각해서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노베이스'냐 '유베이스'냐도 인간이 살아온 인생과 일상 속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이자, 동시에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지능, 환경, 재능, 사건(계기)...' 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왜 올라갈 수 없는가에 대해서는 2편에서 다루도록 하고요.

이번 글에서는 '노베이스가 무엇이냐'를 다루는 것이 목적이니 제 생각을 계속 적어나가겠습니다.



저는 대입 시장에서의 '노베이스'가 단순히 '학습 지식이 부재한 사람'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 '학습 습관이 잡혀 있지 않은 사람'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왔지만 노베인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지식'만' 부재하여 노베인 경우도 많지만 학습 지능이 낮아 노베이스인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노베이스 학생들을 상담할 때 국어 등급이 몇이냐고 물어보는 게 그것 때문입니다.


국어 등급이 정확히 국어 지능&학습 지능과 비례하지는 않겠지만, 빠르게 수준을 추정할 때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질의응답을 통해 지식만 부재된 노베인지(= 그냥 공부를 안해서 노베인지), 아니면 지식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부족한 노베인지(= 공부를 안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노베인지) 확인하려 하는 겁니다.


'국어 등급이 몇등급이냐' 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으로는


①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봤는가


② 평소에 글자를 읽을 때 '불편하다'거나 '튕겨진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은지, 평소 글과 친하기는 한지.


③ 본인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학습 내에서,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의 이해력이 평균, 평균 이상, 평균 이하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어봅니다.


그외에도 학습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울증이나 ADHD, 게임/유튜브/SNS 중독 등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것 또한 꼼꼼히 확인합니다.


 

이때 여기까지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아마 다음의 두 가지 의문이 들 것 같습니다.


첫째는, "아니, 그러면 공부 못하는 사람은 머리도 안 좋다는 건가요?" 라는 의문일 것이고,


둘째는 "저도 머리 별로 안 좋지만 계속 열심히 공부하니까 결국 잘 되던데요. 너무 머리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요?" 라는 자신의 경험에서 온 의문일 겁니다.



첫째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정말로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베이스 = 학습 지능이 낮음'이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머리 좋은 노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사람은 농구를 좋아하여 오랫동안 꾸준히 농구를 해온 사람입니다. 운동신경이 상당하겠지요.


그런데 이 A라는 사람이 어느날 생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야구'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A가 당장 사회인 야구 경기에 나가 마운트에 서서 배트를 휘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세도 엉망, 휘두르는 타이밍도 엉망, 모든 게 엉망일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입니다.


이 사람은 운동신경이 형편 없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머리가, 근신경계가, 야구라는 행위를 잘 하도록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야구를 잘하지 못하는 겁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가셨나요?


노베 학습자의 학습 지능은 실제로 낮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리 낮지 않은데 공부라는 행위를 오랫동안 하지 않다 보니 머리가 '굳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많은 학생들이 단어 80개 외우는데 3시간 걸린다 이거 맞냐... 등등의 글을 쓰잖아요?


이 학생들의 학습 지능이 정말 높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뇌'가 단어를 암기하는 '행위'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해 느린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경우 계속해서 단어 암기라는 자극을 뇌에 심어준다면 점점 빠르게 암기할 수 있게 될 거고요.


또 애시당초 '공부=학습지능'이 무조건 성립하는 명제도 아닙니다. 


학습지능 높아도 공부 안하면 성적은 잘 안나와요. 


학습지능 자체가 높은데 본인이 공부를 안해서 성적이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또한 수업하면서 그런 친구들을 가끔씩 보고요.


하지만 노베이스 중에 학습지능이 낮은 사람이 있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이니 그렇게 받아들여주시면 될 듯 합니다.





이제 둘째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베에게 조언을 줄 때 "나도 못했지만 ~하니까 되더라~" 와 같은 조언을 줍니다.


물론 정말 그런 조언이 도움이 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조언은 '자기 자신'이라는 한명의 노베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만을 기반으로 주는 조언이지요.


그렇기에 적절한 조언이 아닐 때도 많습니다.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말고는 둘째치고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학습 지능을 가진 사람인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지능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 그냥 일단 하면 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을 모두 많이 가르쳐 보니,


넘을 수 없는 벽, 좁힐 수 없는 차이도 당연히 있더군요. 지능에서 오는 차이가 여러분들의 생각보다 정말 큽니다.


더 쉽게 와닿을 수 있도록 비유를 할까요?


2024년에 나온 컴퓨터와 2014년에 나온 컴퓨터랑 비교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본체 스펙부터 엄청나게 차이가 클 겁니다.


그런데 이 두 컴퓨터에 각각 2024년 최신식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고 생각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2024년 컴퓨터는 쌩쌩 돌아가는 반면, 2014년 컴퓨터도 돌아'는' 가겠지요. 

하지만 엄청 버벅거리면서, 열이 펄펄 나면서 돌아갈 겁니다.


딱 그런 거에요. 그게 학습 지능의 차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모두 봐온 제 입장에서는,

대단한 재능 없이, 평범한 사람만 되어도 적어도 대입에서는 충분히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평범한 사람에게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는 걸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신에게는 '당연한'일이기에 타인에게도 '당연한 일'일 거라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노베란 '깊은 심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께서는 "그냥 공부 좀 못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걸 가지고 무슨 '심연'이라고 할 수 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은, 가르치다 보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 있거든요.


단순히 "아 이거 왜 이해를 못하냐? 답답하네." 같은 맥락이 아니라, 

정말 상대가 자신의 학습 지능의 한계를 뚫어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과정에서 오는 복잡한 심정같은 겁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듯이(천외천), 노베 아래에 더 노베가 있습니다..


1층이 노베가 아니라, 그 아래 지하층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이게 가장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바닥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허망함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제가 봐도, 이건 공부를 하는 것보다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낫겠다는 확신이 드는 경우가 드물게  있고 그런 경우에는 수업을 희망하더라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III 노베이스의 특징


제가 봐온 노베이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본적으로 공부 습관이 잘 잡혀 있지 않다.

→ 소위 말하는, '하루 순공 3-4시간이 한계인 학생'을 말합니다. 사실 매일매일 이렇게 한다면 결코 게으른 학생은 아니겠지만.. 3-4시간이 최선을 다해 하루 종일 집중한 결과물이라면 습관이 안 잡혀 있는 거죠.


②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는다.

→ 이건 제게 학습 상담을 받으러 올 때마다 묻는 내용이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만, 많은 학생들이 본인에게 조언을 준 사람이 누군지 잘 모릅니다. 확인하려고조차 하지 않아요. 그냥 조언을 주니까 '하면 좋은 거겠지..' 하고 공부를 합니다. 가끔은 제게 학습 상담을 받으러 찾아왔는데 정작 제가 누군지 잘 모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마찬가지 맥락으로 인강을 들을 때 강사님의 OT를 꼼꼼히 듣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냥 누가 좋다더라~ 하면 그걸 따라갑니다.. 상대방과 본인이 같은 지점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빈다. 너무 흔해서 이젠 말하기도 입이 아픈 패턴입니다.


본인의 인생을 걸고 공부를 하고 계시면서, 그 인생을 베팅할 커리큘럼을 준 조언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따라간다는게 말이나 되는지 저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됩니다.



③ 공부를 '대충' 한다.

→ 공부 시간은 적당히 채우는데 공부의 밀도가 낮은 분들이 있습니다. 요새 용어로 '메타인지를 안 하고 공부를 한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쉽게 말해서 "내가 왜 등급이 안 오를까? 내가 뭐가 문제일까?"를 생각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냥 자리에 앉아서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예: 좋아하는 과목만 파기 & 문제'만' 풀고 아무 생각 없이 채점 반복하기 등)를 하는 겁니다. 대입 시장에서 '노력'은 기본입니다. 공부는 '잘' 해야 '잘' 할 수 있는 겁니다..



④ 기본적인 학습 지능(이해력, 기억력, 지각추론능력 등...)이 높지 않다.

→ 모든 노베가 다 그렇다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경험상, 노베 학생들 중에 이러한 분들의 비율이 높고, 만약 국어&영어가 둘다 노베면(=두 과목 다6등급 이하면) 가르치는 제 입장에서도 꽤나 난이도 있는 케이스에 들어갑니다. 결국 올려낼 수는 있지만 학생도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몇 있는데, 예를 들면 '물을 마시다'와 '물이 마셔지다'를 구분하지 못해 수동태를 학습하지 못한 분도 있었습니다. 



⑤ 의지가 강하지 않다 (= 목표가 없거나, 목표가 있긴 한데 그렇게 강렬한 목표가 아니다)

→ 결국 절대다수의 노베는 돌고 돌아 '적은 공부 시간'이라는 공통점으로 귀결합니다. 적지 않은 노베 학생분들이 보다 좋은 대학교를 지망합니다. 사실 "올 3등급이 목표에요."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강사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계획을 잘 설정하셨다"는 말을 하지만, 목표가 매우 높은 노베 분들도 많거든요. 그렇다면 노베가 높은 목표를 지향하는 건 잘못일까요? 전혀요. 꿈을 꾸는 데에 자격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룰 수 있냐 없냐는 다른 문제죠. 목표는 높은데 그만큼의 노력이 따라와주지 못한다면, 그분에게 있어 그 목표는 딱 그정도만큼만 간절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실과 목표의 괴리가 줄어들지 못하고 쭉 계속되면 점점 마음이 병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목표만큼 노력이 따라와주지 못하는 분들께는 현실과 타협하는 방향으로 조언을 드리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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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떠셨을까요?


제가 직접 노베 시절을 겪어 보고, 또 노베 학생들과 부대끼고, 가르치고, 상담하며 겪고, 듣고, 봐온 것들을 적어봤습니다.


더 적고 싶은 내용도 있지만, 그러면 글 제목이 '하위권 ~ 최하위권 조사 보고서'가 아니라 그냥 '노베이스 절망편'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적당히 담아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추려봤는데, 이 정도면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정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글보다 다음 글이 노베이스 입장에선 진짜 절망편입니다..


그러면 다음에는 '[노베이스 회고록2] - 노베이스를 위한 나라는 없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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