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구부릴 수 있다 (의사 수는 정말 부족할까)
요새 의대 증원 문제로 정말 정말 시끄럽죠. 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아니고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고, 여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저는 의사도 아니고 의대생도 아닙니다. 다만 주변 친척이나 가족 중에 의사가 있어서 이번 일에 대해서 나름 고민을 깊이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공개적으로 못 박았죠. "대한민국 의사 수는 OECD 국가들에 비교해서 부족하다" 라고요. 이전에도 보건복지부에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OECD 평균을 들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해 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VBxEacf7DA&ab_channel=%EC%B1%84%EB%84%90A%EB%89%B4%EC%8A%A4
https://www.instagram.com/p/C31b_kZBnNv/?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제가 거짓말에 대해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는 진실을 섞어놔라 고요. 제가 정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또는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을 들을 때도 느끼는게 이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진실을 섞어 놓으면, 명확하고 상식적이고 당연한 진실을 한 두 스푼만 섞어 놔도 사람들은 그 거짓말을 전부 다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요.
보건복지부부터,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와서 OECD 통계를 이유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고 사기를 치는 모습을 보니까 혈압이 터져서 글을 쓰게 됩니다.
OECD 통계를 내면 항상 한국만 유난을 떠는 경향이 있습니다. 뭔가 부정적인 지표는 항상 OECD 최고이고, 긍정적인 지표는 OECD 최하위 수준인 경우가 많이 있었죠. 이번 경우도 그에 해당됩니다.
OECD 국가는 대체로 선진국에 속하고, 선진국들끼리는 공통점이 꽤나 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던지(한국도 급속히 그렇지만), 평균 근로 시간이 낮다던지(한국은 높죠), 노인 빈곤율이 낮다던지(한국은 높고요) 등등. 복지가 잘 되어 있고 그 나라 나름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한국은 그에 반해 과도기적 성향을 띱니다. 선진국에 포함 될 수 있는 정도의 국민 총 생산과 1인당 소득을 가지고 있지만, 높은 노인 빈곤율과 긴 노동 시간, 낮은 노동 생산성 등등, 선진국들과 확실하게 온도 차이가 나는 지표들이 많이 있습니다.
결론을 짧게 먼저 이야기하자면, OECD 주요 선진국들의 의사 체계와 노동량 등의 성질이, 한국과 상당히 달라서 단순 숫자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복지로 정평이 나있는 국가들에서 의사들은 '공무원'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띱니다. 영국처럼 아예 국가가 의료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요 선진국에서 의사들은 공무원의 성격이 강해서, 휴가를 한국 의사에 비해서 엄청나게 받습니다.
제 가족 중에 의사가 계신데, 일년에 휴가를 며칠이나 쓸 것 같나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한 5일 썼으면 진짜 많이 쓴 것입니다. 주요 선진국들 의사 휴가가 며칠이나 될 것 같나요? 한 60일 쯤 쓴다고 합니다(절대로 공휴일이나 토요일 일요일을 포함한 숫자가 아닙니다. 휴가로 따로 쓴 날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산의사 김원장'이라는 유튜버가 아주 단순명료하게 정리를 해주시더군요. 일본 의사가 한국 의사랑 상황이 비슷합니다. 그럼 일본 의사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kqRL5wB3LY8&ab_channel=%EB%B6%80%EC%82%B0%EC%9D%98%EC%82%AC%EA%B9%80%EC%9B%90%EC%9E%A5
쨔잔
네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살면서 병원 진찰을 받는다고 하루 이상을 기다려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OECD 복지 국가, 선진국들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주요 OECD 국가 의사들은 '공무원'적 성격이 강하기에, 하루에 보는 환자 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딴 여유가 없죠.
한국 의사들이 OECD 통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근무 시간이나 일자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했죠 거짓말을 할 때는 진실을 한 두 스푼 섞어 놓으라고.
OECD 통계는 한국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할 수 없는 통계입니다. 왜냐하면 단순 머릿수로만 비교를 했지, 질적으로 비교를 안했거든요. 얼마나 많은 환자를 보는지, 얼마나 많이 일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휴가를 쓰는지, 직종이 영리냐 공공이냐 어떤 성격인지 등등.
물론 여기서 더 깊이 나아가서 의사가 1명당 보는 환자 수가 많거나 근무 날짜가 많다는 점 등을 들어서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실 수도 있으나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혹세무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OECD 평균 통계 하나만 가지고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이나 총리나 행정부, 보건복지부를 보면 딱 떠오르는 말입니다.
통계가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OECD 통계는 틀린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통계는 구부릴 수 있고, 입맛에 따라 다르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추가로 현재 의사 숫자에 대해서 잘 분석한 기사를 링크 걸어둡니다.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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