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ov [273550] · MS 2009 · 쪽지

2011-01-24 16:10:29
조회수 8,360

연경이 폭발한 것에 대한 생각 : 헛소리같지만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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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경이 폭발했다. 오르비 운영자는 신나게 털리고 있으며(6만원 넘게 팔아먹더니 결국.. 오르비도 이제 컷 예측력을 상실해가는듯. 00년도 초반에 의대컷 두번 연속 맞춘걸로 지금까지 우려먹었으니), 연경빼고는 프리패스인데 연경써서 대기 300번받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연경 커트라인을 보고 연경이 서울대를 올킬했다는 되도 않는 헛소리도 나온다. (사탐 2개보는 대학 퍼센트와 4개 + 제2외국어까지 보는 대학교 퍼센트를 비교하는게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아마 추합이 신나게 돌것으로 예상된다) 도데체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나..

2. 사실 어느정도 예상되어 있었다. 연고대는 수능에서 사회탐구 반영을 2개로 줄였고, 연대같은 경우 수시를 70%까지 확대했다. 그런데, 정작 수험생들은 작년과 똑같은 퍼센테이지 계산방식으로 출력된 결과물을 들고 지원을 했다. 서울대를 쓰는 지원자들이 가군에 쓰는 연경, 고경 둘중 하나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게 확실했다. 다만, 고법연상이라는 말처럼 선호도가 더 높은 연경에서 이런 꼴이 난 것 뿐이지. 연경은 대폭발했지만 그 아래과들은 그닥 폭발하지는 않았다. 수시 확대로 인해서 줄어든 정원에서, 남아도는 고득점자들이 연경에만 쏠린 것은 약간 이상하지만.. -_-; 진짜 연경이 그렇게 좋은건가?

3. 왜 이렇게 되었나? 사학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수시비중 확대의 결과물이다. 수시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영어 잘하는) 외고생들을 유치(라고 쓰고 납치라고 읽지만)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을 수 있으며(입학사정관제는 절대로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전형이 아니다. 대학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전형일 뿐이며, 여기에는 부모의 지위나 재산이 수능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수시 비율을 높히니 개나 소나 수시를 지를것이므로 건물 하나정도는 더 올릴 수 있다. 꿩먹고 알먹고 둥지보고 불피우고 얼쑤 좋구나.

4. 이렇게 폭발한 이후로 벌어질 일은? 하나. 연대는 아주 좋아할 것이다. (서울대보다 컷이 높다고 자랑도 할 수 있고, 우수한 놈들 가운데에서도 배틀로얄 벌여서 살아날 놈들만 뽑아서 좋고. 상대적으로 고려대는 매우 화가 날 것이다. 아니 왜 고경이 아니라 연경인데?) 둘. 재수를 할 사람이 아주 많아질 것이다. (내 주변에만 봐도 지금 연경 떨어지면 재수해야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셋. 내년 입시는 결과적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수시 비중은 확대되고, 고학력 재수생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넷. 앞으로 입시는 지금에 비해서 부모의 지위와 더 일치하게 될 것이다.

5. 피해자는? 지금 당장은 연경을 쓴 운이 나쁜(혹은 멍청했던) 학생들이겠지만,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국 피해자는 돈없고 공부를 적당히 잘하는 학생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고?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스펙을 요구하는데, 그 스펙은 결국 돈으로밖에 만들 수 없다. 올림피아드? 천재가 아닌 이상 학원 다녀야 한다. 참고로 좀 비싸다. (물론 독학해서 따는 천재도 있긴 하지만) 봉사? 봉사하려고 해도 돈이 드는 세상이다. 여기에 비하면 수능은 참 싼 시험이였다. 뭐 공부를 진짜 잘한다면 상관이 없긴 하다. 수능으로 뚫어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그걸 못하는 나머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6. 입학사정관제의 본고장인 미국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나온다. 미국의 거의 모든 대학은 기여입학제를 허가하고, 가족 내에 그 학교를 다닌 사람이 있으면 입학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아버지가 예일을 나왔으면 바보가 아니면 입학할 수 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예일을 나왔으면 바보라도 입학한다." 라는 말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 = 조지 부시) SAT점수보다는 고등학교때 무엇을 하고, 가정환경은 어떤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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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입시는 졸업했지만, 이번 일을 보고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한번 써봤습니다. 뭐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저번에 연대 사정관 남편의 망언에서도 보듯이 우리나라는 더 천박하게 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아서요. 그리고 장난질치는 연대도 짜증나고요.

참고로 올해 미끄러지면 내년에는 더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으니 재수고민은 신중하게 하시길. 올해 제 친구들도 재수하다가 작년에 쓴 대학 낮은과 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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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eeeee · 176090 · 11/01/24 16:13 · MS 2007

    입학사정관제 대학이 하고싶어서 하나요? 정시는 줄세우기다 사교육 조장한다 여론이 이렇고 정부에서 하라니까 하는거죠 -_-

  • Gameov · 273550 · 11/01/24 16:14 · MS 2009

    여론도 그렇고, 정부도 시키고, 대학도 좋아서 하는거죠.

  • eeeeee · 176090 · 11/01/24 16:16 · MS 2007

    09년까지 입학처장 하셨던 교수님 말씀 들은 바로는 적어도 연대가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고대10학번 · 303696 · 11/01/24 16:18 · MS 2009

    작년에 연대에서 2012년 수시전형에 대해서 발표한 기사보면 수시의 40퍼를 본교사로 본다고 나와요... 이게 정말인지 아니면 여론을 떠보기 위해 흘린 건지 잘 모르지만....
    내년 재수는 더 힘들듯...반수도 피하는게 맞을듯...

  • 비광` · 366027 · 11/01/24 16:19 · MS 2015

    그냥 수능점수로 일렬로 줄세우면 안되나..
    수시때문에 진짜 연고대갈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못가고 있으니..

  • S.N.U11 · 287474 · 11/01/24 16:19 · MS 2009

    헐ㅠㅠㅠㅠㅠ

  • tenacity. · 317568 · 11/01/24 16:22 · MS 2009

    저 자체도 대학다니다 중간에 시험쳐본 사람이라 목표가 있다면 웬만하면 한번더 도전해보라고 할텐데
    올해는 참.. 대충 그려봐도 어려워보이는것은 사실.. 수능잘한다고 수시 본고사를 잘푸는것이 아니라서, 어떤 방식으로
    연고대 입시를 준비해야될지 모를거같네요. 차라리 수능반영비율 올린 서울대만 바라보는 정시only 연고대반수생은 해볼만하려나
    과거 본고사때도 그랬지만, 그런식의 본고사형태라면 학원이나 사교육을 안받고는 사실상 힘들텐데 말입니다.
    수능은 그나마 혼자해도 할만한 시험이었는데 말이죠. 사실 저도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 입학사정관제 등의 각종 전형보다
    일제고사형태까진 아니더라도 공교육이 기여할수 있는 바가 큰 시험 하나로 줄세우는 식의 입학형태가 제일 낫다고 봅니다.
    수능이 될수있다면 수능 하나로 결정짓는게 오히려 사교육 방지에 효과적일거같은데.. 갈수록 뒤죽박죽되어가고 있는 느낌.

  • 고대10학번 · 303696 · 11/01/24 16:24 · MS 2009

    수시의 40퍼 본교사...수시의 20퍼 입학사정관. 나머지 내신+ 논술+ 수능
    이려면 결국 내신 무력화...
    수시로 인한 수능 무력화...
    다음번 대통령이 어떤 교육정책을 쓸지.....여기에 따라서 본교사. 내신, 수능 비중이 커질듯...
    근데 당장 내년이 문제....

  • 블루멜론 · 358723 · 11/01/24 16:26 · MS 2010

    본고사라면 현 수시2 논술에서 살이 더 붙어 어려워 진다는 뜻인가요 (ex수리논술 or 영어논술) 아니면 아예 논술따로 본고사따로 이렇게 낸다는 뜻인가요? 이런......

  • 리틀프린스 · 240920 · 11/01/24 16:24

    폭팔->폭발이요 아시겠지만;; 성격이 못보고 가는 성격이라 ;; 죄송해요 !!!! 옛날에 과학서술형때 폭팔이라고 쓴애들 다 오답처리했던거가 생각나네요.

  • Gameov · 273550 · 11/01/24 16:27 · MS 2009

    저도 쓰면서 어? 폭팔? 어? 이건 아닌데? 했는데.. 폭발이 안떠오르더라고요. 수정하겠습니다 -_-;

  • 리틀프린스 · 240920 · 11/01/24 16:29

    네 감사해요~!!

  • 고대10학번 · 303696 · 11/01/24 16:30 · MS 2009

    내신 필요없고...수능 최저능급도 필요없는 본교사전형의 부활을 말합니다
    영어를 포함한 본교사...수학을 포함한 본교사...궁금하면 기사검색해보세요.... 2012년 연대 수시 본교사...이러면 나와요
    어쩌면 그냥 여론 몰이용일지도 몰라요...
    아니면 진짜일수도....

  • 르누아르 · 214884 · 11/01/24 16:40 · MS 2007

    왜 계속 본교사...라고...
    본고사 아닌가요?

  • J카멜레온R · 305230 · 11/01/24 17:0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GWHT · 357456 · 11/01/24 18:07 · MS 2010

    거의다 동의합니다. 전 외고생인데 수시 합격한 동기들을 보면 참;; 똑똑한 애들보단 부자인 애들이 많이 가더군요 스펙, 내신, 수능도 분명 낮은 애들이..
    같은 전형에 지원했는데 확실히 내신도 수능도 좋은쪽이 탈락하는 것도 봤습니다. 스펙은 둘이 비슷했고요.. 그래도 이의제기 못하죠 뭐 잠재 가능성을 본대나 어쩐대나...
    결국 수시에선 재력, 집안 아버지 어머니 스펙등을 보는 것일뿐 수시 비중 늘리는건 님 말마따나 결국 부자인애들, 집안이 좋은애들을 합격시키겠다는 것이고. 가난하면서 공부 얼추 잘하는 애들은 확실히 대학가기 힘들어졌습니다.

  • 인생은아름다워 · 268831 · 11/01/25 14:46 · MS 2008

    저도 개인적으로는 수시니 입학사정관이니 극력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객관성이 결여되어있고, 공부 외의 무슨 스펙을 준비하는 것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특히 정/보/에 의존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주변에서 실력에 비해 대학 잘가는 수시아이들과
    정말 공부 열심히 하고 수시 안되서 정시로 힘들게 도전하는 거 보먼 너무 울화통 터져요.

    근데, 대학에서 부자인 거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니다.
    더구나 재력, 부모스펙까지...??
    일반우수자전형 같은거 외고에서 몇 명 못 붙어요.
    글로벌인재 같은건 좀 많이 붙긴 하지만 그것도 후년에는 없어진다고 하고요.
    님 말이 사실이라면 일반우수자전형만 바라보고 있는 저는 정말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