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영어 0점 받고 연세대 간 후기
어그로같죠?
진짭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저의 입시 과정을 좀 얘기해 볼게요
우선 저는 중학교 때 왕따였고,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를 안 하고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고 있었어요
오빠는 서울국제고에서 현역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던 터라
저도 왠지 그 학교에 가야 할 것 같았고
그런 운명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뭘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한 고입이 잘될 리가 없었죠
그렇게 경쟁률이 1.7 정도로 무척 낮았음에도 불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었던, 중학교 바로 옆의 여고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한 학년 인원은 150명도 안 되는 데다
학종으로 연고대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는... 그런 학교였어요
한마디로. 내신 따기만 거지같은 ㅈ반고라는 거죠
여하튼
고입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고민해보면서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자아성찰을 엄청나게 하고 스스로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면서 공부했고
1학년 내신은 1.16 - 1.24로 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강박증이 심해졌어요
우울증, 불안장애도 심해졌고요
그치만 정신의 힘듦을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 할까 두렵다는 또 하나의 강박 때문에
병원도 가지 못했습니다
2학년이 되고, 인원이 무척 적은 과탐 내신이 시작됐어요
화학은 1등급이 2명, 물리는 1,2등급이 각 1 명, 생명은 1등급이 4명이었어요
물리 공부에 아무리 매달려도, 지필고사 만점을 받아도
자꾸 수행평가에서 깎이면서
그 경쟁에서 뒤처지고 1,2학기 각 3,4등급을 받게 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부도 효율이 격하게 떨어져갔고
가장 잘 하는 과목인 국어마저도 이 때 한 번만 2등급이 나왔었네요
가장 큰 문제였던 건,
영어 내신에서 자꾸만 2등급이 나오자 거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졌다는 거에요
1학기 기말고사가 정말 불불불 난이도로 출제되었고
타임어택도 상당했어요
그 때 타종 이후 서술형에 한 단어를 추가하려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어요
그렇게 0점 처리가 되었고, 5등급이 나왔고,
징계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교과 전형에 지원하지 못하는" 엄청난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징계 이력이 있으면 추천을 못 받기 때문)
이 이후 정신이 정말 악화되고, 피부를 뜯고 털을 뽑고 하루 2키로씩 얼음을 씹어먹는 등의 강박행동마저 시작되었어요
그렇게 몸이 상하게 되니 부모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시더라고요
하지만 병원에 다녀도 2학기 내내 정신건강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결국 2학년 내신은 2.23 - 1.8x로 1학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지게 되었죠
2학년 겨울방학에는 그래서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예술영화관에 다녔어요
거기가 저의 도피처이자 휴식공간이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그 동안 정신건강은 조금이나마 호전됐습니다
그러나 3학년이 되고 초반에도 여전히 제대로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이때 저를 걱정하신 담임선생님께서
논술 준비를 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논술을 쓰지는 않았고 논술 학원도 중간에 그만뒀지만,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도 많이 받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또, 3학년 초에 사설 컨설팅에서 서울대 의류학과와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추천받았어요
저는 평소 섬유나 직물에 관심이 많았고 화학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리고 인문, 사회 분야도 꽤나 좋아했죠
1학년 때 엄청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 현황을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분석한 발표를 했다가 사회 선생님으로부터 문과에 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1학년 때부터 가사를 해석하며 음악 듣기를 즐기고 2학년 부터는 예술영화와 비평의 세계에 빠지면서
예술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한 상태였죠
그런 저에게 의류학과는 정말 매력있는 선택지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3학년 1학기 내신은 1.75로 꽤 괜찮게 마무리했고 내신 총점은 1.62가 되었습니다
ㅈ반고이기 때문에 z점수는 형편없었지만요
덧붙이자면 생기부도 정말 열심히 썼다고 말씀드릴 순 있을 것 같아요
ㅈ반고라서인지 친구들은 대체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주제들로 발표를 했어요..
성적이 좋은 친구들까지도요
그 가운데 저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과목별 수업 내용에서 질문점을 찾아 생각해보고 인터넷에 검색하고 논문을 읽으며 답을 내거나
어떤 발명품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국어나 영어, 한국사, 사회같은 분야도 억지로 진로와 엮기보다는 과목 자체에 집중해서 탐구활동을 했어요
여하튼 그 과정에서 생화학 등 화학 분야로 질문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겼고 그게 재밌어서 제가 화학을 좋아한다는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제가 다 제각각이라 과목별 학업역량은 뛰어나도 진로역량이 막 강조된 생기부는 아니기도 했어서
3학년 때는 의류, 고분자 분야에 대한 내용과 질문을 통한 탐구를 섞어서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기부를 쓰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도 없고 이게 맞나 싶고 많이 불안하기는 했어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지만
누가 확언해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특목고 친구들에겐 밀릴 거라는 부정적 확신(?)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되었죠
저희 고등학교 최초로 연세대를 학종으로 뚫었고
심지어는 최초합에다
전체 선발인원의 3% 이내에게 준다는 특별장학금까지 받게 되었어요
불가피하게 6학종을 썼고
3학년까지도 정신건강이 나빠서인지 (연대 붙은 요 며칠에서야 좀 살 것 같아요. 수능 끝나고도 일주일에 서너번씩 악몽을 꿨습니다) 정시 성적도 안 좋았기에
되게 불안하고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끝까지 버티고
최저도 면접도 열심히 준비했더니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달콤한 결과가 찾아왔네요
뭐...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요
오르비에 중학생 분들도 꽤 계신 걸로 알아요
메디컬이나 서울대생은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면 주제넘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분들께는 특목고 떨어지고 ㅈ반고 가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살아날 길은 충분히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오르비에서 내신 망한 것 같다고 수시 버리고 정시 갈까 또는 자퇴할까 고민하시는 분도 많던데
저만큼(영어 영점처리, 1학년—> 2학년 1학기 거진 1점이 떨어짐) 떨어지셨나요ㅋㅋㅋ
적어도 교과 못 쓰는 벌까지 받진 않으셨을 거 아녜요
그러니 수시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아무리 ㅈ반고여도,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자기가 최초의 학종 진학생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말씀드리고 싶네요
긴 글이 되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다들 원하는 결과 얻으시기를 바라요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강의 스타일이 어떤 식으로 다른가요 쌤들 특징 설명좀여
-
인생 최초의 대학 합격증을 받아보겟네요 한 이틀쯤 지나니까 밉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러워졋어요
-
말하는거만 들어보면 ㅆㅂ 무슨 전교생의 80%는 미국 일본으로 탈조선...
-
그렇게 예쁘기 있냐고
-
가군에 고대 나군에 서강경제 질러야겠다 다군 글경영은 웬만하면 붙겠지
-
언제부터 공부 시작하시나요??
-
수1 먼저 하고 수2할까요 같이 할까요
-
합격증은 그렇다쳐도 뱃지 먼저 주기있음?
-
많은 이들이 오르비 다리를 건넜구만
-
.
-
23살 된 아들 있는거 아님?
-
국어 지금 3~4등급 나오고 2등급 까지 올리고 싶은데 어떤쌤이 좋을까요?
-
교육청은 98정도 나오고 이번 수능은 29 30 20 빼고 다 풀었는데 김범준쌤...
-
가군 4칸 0
냥대식 917점에 텔그는 48퍼뜨고 진학사는 4칸뜨는데 표본분석하면 가능성...
-
파토남
-
작년에는 낙지 4칸짜리 붙네 안붙네 따져가면서 상담하고 별 난리를 쳤는데 올해는...
-
취업 아웃풋은 어때요
-
현역 수능 22 수능에서 현역 수학 백분위 98 찍어서 그냥 묻고 더블로 가라고...
-
어디까지 될까요 2
05 현역때 33266 재수때 45355 나왔습니다 언매 기하 생1 지1 대학...
-
사탐런 과목 6
세지 지구 할까 생각중인데 어떠세요
-
낙지 보니꺄 중경시건 인데 부모님은 니 성공 못한 놈이라고 극성이시네 그리...
-
수능성적ㅇㅈ 4
시대인재ㄱㄴ한가요?
-
낙지 점수 산출 3
작년 추합권 점수가684~680이고 2024학년도에 수능을 응시했었다면...
-
수능 1등급이면 몇점 정도 나오나요
-
복 쌍사 같은건 어케 생각한걸까
-
이런 상황이 넘 싫다 진짜 팔로워들 미안해요
-
둘 다 50 50 띄울려면 지엽에 초지엽까지 다 외워야 하나요
-
성대 질문 2
2월달에 하는 입학식전에 혹시 뭐 학교 방문해야하는 일정이 있나요? 친구한테...
-
대성 메가 다운 자리 공유합니다.
-
김승리 현강 따라갈수잇을까
-
취미 추천 해주세요 19
취미가 뚜렷한 사람이 멋진 것 같아서 취미좀 만들어보려고... 뭐 암꺼나 좋음 추천 ㄱㄱ
-
전 RC가 힘듦 0
눈알굴리기 너무 싫어 수능처럼 주제가 있는 글 읽는게 훨씬편함
-
리스닝 잘하고 수능영어1이면 토익 어느정도 기대해볼만함뇨? 3
미국 살다와서 리스닝은 잘함뇨
-
ㄷㄷㄷ
-
개멋잇다 캬......
-
셋다 노베라고 가정하면 뭘 선택해야 현실적으로 2등급받기 수월한가요?
-
지금 수시 예비 받았고 어차피 다시 할건데 엄마랑 계속 똑같은 얘기만 하게 되는데...
-
어제오늘 합쳐서 4시간 고민했으면 좀 풀리라고
-
벌써 새 인생을 시작한지 20일이 됐어요 "( ) 쌍사" 형태로 닉네임 추천부탁함니다
-
퍼센트 진학사랑 비슷하게 나옴?
-
강기분같이 기출 돌려주는 강의 없나요? 현역인데 굳이 기출 안돌리고 인강 커리 타면...
-
중약 과외 7
국수 백분위 98인데 혹시 과외 가능할까요? 약대분들은 얼마나 받고 하시나요?
-
경기도 학군지 살구 3년 동안 교육청+평가원 국어 1등급 수능 국어 만점 할 수...
-
그거 지방살아도 거기에올리면 수요있음? 거기에도올릴까
-
후드티 기장이 더 길어서 패딩 뚫고 나오는거 많이 보기 흉한가요??!!!
-
사문 과외하고싶고 24수능 백분위 95에서 올해수능 백분위100인데 가능한가요...
-
듣기 단순한 나레이션과 정직한 억양으로 천천히 말해서 한국인이면 만점 가능. 답...
-
이렇게 영어를 못하는거 보니 핼조선 탈출은 불가능임뇨
-
대학원생 아저씨입니다. 재작년 쯤부터 입시철마다 물리학과/자연대/공대 진학 관련...
-
?
부럽네요
저 25학번이에요 ㅋㅋㅋ 올해 수시 붙었습니다 !
ㅇㅇ 알아요 ㅋㅋ 의류 관심 있으신가 해서요
네 ㅎㅎ 좋아해요
와 진짜 멋지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캬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정도는 해야지 갈 자격이 있구나…. 대단하십니다
멋있으십니당!! 25학번에 멋쟁이들이 많군요!
정신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ㅠㅠ?
앉아는 있었는데 사실상 공부는 못 했죠..ㅋㅋ 그냥 집에 가서 쉰 때도 많았어요
저는 그냥 버티기만 한거라.. 좋은 답은 몰라요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슬프네요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