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에서 좋은 점수 얻기를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3월 고3 학평 12번의 정답으로 선지 ③이 아니라 선지 ①을 선택하도록 자신을 길들이십시오. 무슨 생각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시 교육청이 12번의 선지 ③도 복수 정답으로 인정하기는 했다고 하네요. 좋아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수능이었다면 어쩌면 선지 ①만이 정답이라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늦’을 [일부 명사 앞에 붙어서 ‘늦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보면 ‘늦잠’은 파생어가 되므로 ‘맨 끝 구성 성분’인 ‘잠’과 품사는 일치하지만 합성어가 아니므로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늦’을 용언 ‘늦다’의 어간(혹은 어근) ‘늦’으로 보게 되면 ‘늦잠’은 ‘늦다’와 ‘잠’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가 됩니다. 다만 체언 ‘잠’이 ‘늦다’의 관형사형인 ‘늦은’과 결합하지 않고 용언의 어간인 ‘늦’과 직접 결합했으므로 통사적이지 않고 비통사적일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론 구성하게 되면 ‘늦잠’은 파생어가 아니라 (비통사적) 합성어이므로 ‘끝 구성 성분의 품사와 일치하는 합성어’가 되어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선지 ①은 무조건 정답이 되지만 선지 ③은 ‘늦’을 ‘접사’로 이론 구성하느냐, 용언의 ‘어간’으로 이론 구성하느냐에 따라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 5지 선다형 문항의 대전제는 정답이 1개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전제는 ‘늦잠’의 ‘늦’을 접사로 보지 말고 용언의 ‘어간’으로 보라는 지시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출제 기관이 선지 ①만이 정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가능하며 실제로 이를 인정한 판례가 존재하며 2016학년도 수능에서도 이러한 논리에 따라 작성된 문항이 없지 않습니다.
적절한 것을 찾는 문항인 2016학년도 수능 국어 A형 11번의 정답은, (‘숯도→[숟또]’등은) ‘깊다→[깁따]’에서처럼 음절 끝에서 발음되는 자음이 7개로 제한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로 진술된 선지 ③입니다. 그런데 ‘처럼’의 의미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선지는 정답이 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처럼’은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입니다. ‘비슷함’을 나타낼 수도 있고 ‘같음’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깊다→[깁따]’에서처럼 ~ 7개로 제한되는 현상은, ‘처럼’을 ‘비슷함’으로 읽으면 ‘받침 ㅍ이 ㅂ으로 교체되는 경우 등을 포함하는 음절의 끝소리 규칙 전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처럼’을 ‘같음’으로 읽으면 ‘음절의 끝소리 규칙 중에서 받침 ㅍ이 ㅂ으로 교체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숯도→[숟또]’는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나타나지만 ‘ㅍ이 ㅂ으로 교체되는 경우’는 아니므로 선지 ③은 적절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선지 ③을 13번 문항의 정답으로 확정했습니다. 중의성은 객관식 문항의 성격에 의해 해소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처럼’을 ‘같음’으로 읽게 되면 11번은 정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능 5지 선다형 문제에는 정답이 1개라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이 대전제는 ‘처럼’을 ‘같음’으로 보지 말고 ‘비슷함’으로 읽으라는 지시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학평 12번 문제도 선지 ③이 아니라 선지 ①만이 정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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