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강사 [502633] · MS 2014 · 쪽지

2016-05-30 22:49:04
조회수 2,272

1심 판결은 부당하기 때문에 항소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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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국어 A형 19번 출제오류 행정소송의 1심 판결문을 받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판결문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는 아래 나)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유진현 판사님은 판결문에서 주어가 다른 문장은 양상을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시면서 우리의 요청을 기각하셨습니다.

"나) 원고들은 위 제시문의 서술어가 '~될 수 있다'고 개연적인 데 반하여, 이 사건 답항의 서술어는 '되어야 한다'라고 단정적이라는 점을 주된 근거로 이 사건 답항이 위 제시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제시문에서 위 서술어의 주어는 '전자와 양공 쌍'이고 이 사건 답항에서 위 서술어의 주어는 '광자'로 서로 명백히 다르다. 따라서 위 각 서술어의 표현이 달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우선 그 주어가 서로 다름을 간과한 것으로서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문의 주어는 전자이고, 선지의 주어는 광자라서 양상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지를 대우 명제로 바꾸면 선지의 주어는 지문의 주어와 같아집니다.

법조계에 '판사는 아무 것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설마 대우명제까지 모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주어가 다르다 하더라도 대우명제를 이용하면 두 문장의 주어를 동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또 부정표현이라서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죠?

부정 표현을 긍정 표현으로 바꾸면 뒷절을 동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단어 '발생'과 '생성'은 다 없던 것이 생기는 것이니 의미가 같아요. 

단어까지 통일한 후에 지문과 선지를 다시 비교해 볼까요?


지문 :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쌍이 생성될 수 있다"

선지 ② :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 "광자가 입사되지 않으면 전자-양공 쌍이 발생할 수 없다." (대우)

=  "광자가 입사될 때에만 전자-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긍정문으로 변환)


지문이 참이라면 ②가 참인가요?

'비가 오면 땅이 젖을 수 있다'고 해서 '비가 올 때만 땅이 젖을 수 있다'라고 단정할 수 있나요?


유진현 판사님은 ①, ③, ④, ⑤를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남는 ②가 답이라는 것을 평균적인 수험생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판사님께서는 이 판결이 얼마나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는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인 수험생이라면 모든 선지를 정답 후보에서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그래서 답이 없어 당황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문항의 정답률은 메가스터디의 추정치로 약 87%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95%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수 입력자가 늘자 정답률이 내려갔습니다.)

주어가 달라서 양상을 비교할 수 없다는 판사님의 말씀에 저희가 논리학회의 자문을 구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유진현 판사님께서는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다고 하시면서 저희들의 증거제출을 이례적으로 거부하셨습니다.

만일 주어가 달라도 양상을 비교할 수 있다는 증거가 채택되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 저희측 변호사님들의 의견입니다.

법철학자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부당한 판결에 대해 투쟁하지 않는 것은 정신적 자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원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다시 항소하려고 합니다.

항소심에서는 주어가 달라 양상을 비교할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논리학회나 국어학회의 도움을 받아 입증하려고 합니다.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에서 승소하신 박대훈 선생님께서도 원심에서 지셨지만 항소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다 입증하셔서 이기셨다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박대훈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분들이 재판에서 졌지만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저는 트집 잡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수능 기출문제는 수험생들에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투쟁을 통해 평화를 얻어내고자 합니다.


(참고로, 교평에서 출제한 2011년 PEET 언어추론 예시문항과 2012년 MEET 언어추론도 단정적 진술과 개연적 진술을 구분하지 않아서 출제오류를 인정했었습니다. 이 부분을 확실하게 해서 출제자가 주의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시험장에서 여러분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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