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수험생 여러분도 실수나 착각 때문에 시험에서 한문제씩 틀리는 경험을 해 보셨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다양하고 많은 실수를 겪어본 적이 있으며,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착각을 합니다. 이번 시간에서는 이런 실수가 전투에서도 발생한 사례를 들며, 이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조언합니다.
인간의 의사소통이나 언어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인간들이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알아듣는다던지, 억양 차이로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던지, 아예 못듣고 넘어가는 일도 생깁니다. 발음이 비슷한 단어이거나, 혹은 주변 상황이 대단히 시끄럽고 산만해서 집중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사소통의 실수, 인지적 오류는 당연히 전쟁터에서도 발생하며 특히 이런 상황에서의 실수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가채점을 하고 나서 아.... 하는 실수는 누구나 한번쯤 겪습니다. 아예 없엘 수는 없지만 노력과 스스로의 약속을 통해 줄일 수는 있습니다
https://www.flaticon.com/free-icon/mistake_577319 )
단순히 시험을 치는 도중의 실수도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멘탈을 산산조각내는데, 하물며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실수는 얼마나 심각하겠습니까?
예컨데 아군이 작전계획을 세울 때, "내일 오후 5시에 다 같이 공격을 하자"라고 계획을 세우는데, 몇몇 부대는 잘못 알아듣고 "내일 5시 방향에서 공격을 하자"라고 이해하는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작전계획을 잘못 이해하고 실행하는 부대는, 아군의 지원 없이 혼자 공격하다가 몰살당하는 극단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전쟁은 시장 한복판보다도 시끄럽고 정신없으며,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시끄러운 시장에서도 목소리를 전달하려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온갖 제스쳐를 동원해야합니다. 그런데 시장보다 더 정신없고, 귀청을 울리고 고막이 파열되는 비명소리와 포격소리가 난무하는 전장에서는 온전히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훨씬 힘듭니다.
때문에 여태 군대에서는 무선 통신이나 명령을 전달할 때 인지적 오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대비책을 세워왔습니다.
(시험에서의 실수는 점수를 깍아먹지만, 전쟁에서의 실수는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rdays&logNo=220400748246 )
전쟁상황에서 인간의 실수로 잘못된 판단이나 위험을 겪은 일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과 일본군이 맞붙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거의 승패가 갈리고 후반전으로 돌입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일본군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도망쳤으며 미군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었죠.
그 와중에 미 전투기 조종사들로부터 정찰 보고가 들어옵니다. 해군에서는 함선의 급과 규모를 나눌 때 짧은 약자 2글자로 줄여서 사용합니다. 예컨데 구축함은 DD라고 하고, 전함은 BB라고 하며, 항공모함은 CV라고 합니다. 적을 발견한 조종사는 이렇게 보고합니다.
"적군 CA(중순양함)와 CB(대형순양함)를 발견했다"
그런데 당시 무전수는 한번도 CB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전수는 또다시 상부에 보고할 때 CB를 CV(항공모함)으로 바꿔서 전달해버립니다. 명백하고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이 보고를 전달받은 미 해군 수뇌부는 발칵 뒤집힙니다. 상대방의 항공모함 세력을 찾아서 마지막 일----격(해당 단어가 금칙어 처리되어 살짝 수정)을 가하기 위해 칼을 갈던 미 해군에게 기회가 온것이죠.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미 해군은 다시 한번 전투기들을 발진시켜서 상대 항모에게 융단폭격을 해야합니다.
그런데 당시 미 해군의 지휘를 맡았던 스프루언스 제독은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미심쩍은 낌새를 느낀 지휘관은 다른 비행기들을 조금 더 보내서 정확한 정찰과 보고를 요청합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더 정확한 보고를 받은 스프루언스 제독은 상대 항공모함이 인근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부하들의 경계태세를 다소 늦춥니다. 만약 지휘관이 성급하게 보고를 보고 빠르게 공격을 명령했으면 전투기와 탄약을 쓸데없는 곳에 소모할 뻔 했었습니다.
(상대방의 위치를 잘못 판단하거나, 보고를 할때 사소한 말실수를 하거나, 조준을 살짝 잘못하는 등의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은 격렬한 전투 중인 미 해군의 항공모함 요크타운)
혹시 어려분은 무선 통신에서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 폭스트롯 등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런 것은 NATO 음성 문자라 하여, 무선 통신이나 명령에서 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시끄럽고 잡음이 많은 무선 통신 환경에서, a라고 아주 짧게 말하면 다른 소리에 묻혀버릴 수도 있고, 듣는 사람의 집중력 저하로 놓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a를 좀 더 명확하고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 a로 시작하는 단어를 아예 하나 정해버린 것입니다.
단순히 a라고 하지 않고, alpha(알파)라고 하면 사람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만약 한국인들끼리 '에이'라고 한다면, 이게 영어 알파벳 a를 말하는건지, 아니면 부정의 의미로 '에이~'라고 하는 건지 착각할 위험이 있죠. 그런데 말하는 사람이 alpha라고 하면 실수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확 줄어버립니다.
영어 발음 중에서도 b와 v가 유사하죠. 이런 유사성도 실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b의 경우 bravo(브라보), v는 victor(빅터)라고 말합니다. '비'와 '브이'를 좀 헷갈리고 잘못 들을 수 있겠는데, 설마 '브라보'와 '빅터'를 잘못 듣는 사람은 없겠죠.
(포네틱 알파벳, NATO 음성문자는 인지과정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알파벳을 아예 하나의 단어로 약속하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시험과 관련된 제 실수도 몇가지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과거 화학 과학탐구를 풀다가, 문제에서 제시된 a라는 미지수를 풀이 과정에서 9라고 잘못 쓰는 실수로 인해 시간을 왕창 잡아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a를 너무 빠르고 대충 쓰다 보니까 나중에 다시 보니 숫자 9로 쓴걸로 보이더군요. 혹은 9를 너무 빨리 쓴 나머지 7로 잘못 보고 계산을 실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를 풀때 a라는 미지수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빨리 쓰다 보면 9로 잘못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제에서도 a라는 미지수로 답을 물어보면, 아예 x라던지 b 등의 다른 미지수 문자로 바꿔버립니다.
또한 너무 글씨를 날림으로 빠르게 쓰다보면 엉뚱한 숫자를 표기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그래서 비록 필기나 풀이는 빠르게 적어야 하지만, 최소한 남들이 봤을 때도 명확히 구분될 수 있게 뚜렷이 또박또박 적는 습관도 들였습니다.
이 글을 보는 학생들 또한 다양한 실수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운이 나빳다거나 한순간의 착각이라고 대충 넘어가지 말고, 다음에는 해당 실수를 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정말 수능 시험장에 가면 정신을 온전히 가지고 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착각하지 않도록 숫자와 비슷해 보이는 문자의 사용을 지양한다던지 등의 스스로의 약속을 정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수능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 부분을 보면 실력 테스트라기 보다는 실수, 집중력 테스트라는 인상을 강하게 느낍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간을 투자해서 꼼꼼히 읽고 넘어가면 크게 틀릴 이유가 없고, 쉬운건 90%대에서 어려워도 70% 밑으로 정답률이 잘 떨어지질 않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시고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은 지나치게 신나고 빠르게 풀 생각보다는, 실수만 조심하자는 생각을 깔고 연습하시길 추천합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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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잔인하누 ㅠ
요즘 전쟁사에 관심이 많아져서 그런데 책이나 강의 같은 거 추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전쟁사 이야기 시리즈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관련된 전공이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문성있게 배운 적은 없지만, 그냥 잡지식이랑 관심이 많다보니 이것저것 알게된 것들을 통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참고하실만한 유명 블로그나 기사 추천 좀 해드리자면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 https://blog.naver.com/imkcs0425
유용원의 군사세계 - http://bemil.chosun.com/
네이버 캐스트 전쟁과 평화 - https://terms.naver.com/list.nhn?cid=59016&categoryId=59016
정도 추천해드릴 수 있겠네요
우앙 정말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재수생인데 요즘 역사나 심리학같은 수능 외적인 지식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어요ㅋㅋ 얼른 수능보고 책읽고싶다 특히 전쟁사 관심많은데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잘쓰시네요!
재밌네여
뭔가 재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