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추천 15: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지난번에 쓴 글 (2023 수능특강 독서 소재 정
리 >>> https://orbi.kr/00055113052 ) 의
2번 '국제 체제의 무정부 상태' 항목 때문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도서들을 찾아보다가 이
분야의 네임드이신 피터 자이한 저, '각자도생
의 세계와 지정학' 이라는 책 (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7914172 )
을 발견했습니다.
피터 자이한은 일관되게 미국이 세계 질서에
서 손을 떼게 된다고 말해 왔다. 사실 손을 떼
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계
질서를 허물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미국
이 손을 떼게 되면, 미국 없는 세계가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국가
가 부상하고 어떤 국가가 몰락할지를 다루고
있다.
피터 자이한은 러시아는 이미 국가적 쇠퇴
단계에 접어들었고 중국도 머지 않아 추락하
게 된다고 말한다. 전략적 위협이 없는 세계
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체제는 약화되거
나 해체된다. 미군은 유럽과 중동, 마지막에
는 동아시아에서 철수하게 된다. 그 동맹 체
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허용된 시장 접근은
제한을 받게 되고 에너지와 자원에 대한 접
근, 안전한 해상 운송도 보장되지 않게 된다.
이 와중에 인구 구조 문제와 자본 부족이 쓰
나미처럼 국가들을 덮치게 된다. 세계는 상
대적으로 안정되고 활력 있는 미국의 세계
와, 국가들이 권력과 생존을 위해 각축해야
하는 미국 없는 세계로 나누어진다. 미국 없
는 세계는 곧 각자도생의 세계가 된다. 질서
의 시대에 미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일부
국가들은 지역의 강자로 부상하고 질서의
혜택을 누리던 일부 국가들은 몰락하게 된
다. 지정학은 국제 정세와 국가들의 운명을
어디까지 규정하는 것일까? 인구 구조의 문
제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을까 ?
머지 않아 세계가 미국의 세계와 미국 없는
세계로 나누어진다면 한국은 어디에 속하게
될까? 독자들은 이 책에서 피터 자이한의
전작들에서만큼이나 거대한 지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피터 자이한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국이
손을 뗀, 무질서의 세계에서 한국이 직면
하게 될 가장 큰 난관은 북한이 아니라 일
본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
일한 나라, 한국이 해외 시장에 계속 접근
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상종도
하기 싫어하는 유일한 나라” 인 일본이 장
차 막강한 해상력을 기반으로 공해상에서
동북아시아의 만사를 중재하게 된다고 말
한다. 무질서의 시대에 한국은 그 어떤 나
라보다 일본을 필요로 하지만 일본과의
협력하기보다는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중략)
그러나 일본의 진정한 힘은 인구도 경제
규모도 아닌 그 지리적 여건에 있다. 일본
은 어찌 보면 미국 다음으로 안전한 나라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대륙으로부터 제대로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 난공불락의 장벽인
영국해협에 비하면 동중국해나 대한해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넓다. 그리고 일본의 핵
심부는 전략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대륙으
로부터의 공격에 안전하다. 무엇보다 일본
은 어떤 강대국의 간섭도 없이 바닷길을 통
해 세계의 자원과 시장에 도달할 수 있다.
일본을 제약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동쪽
바다로부터 일본의 핵심부를 공격하고, 일
본의 생명선을 끊어놓을 수 있는 미국뿐이
다. 그런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손을 떼게
되면 일본은 군국주의적 본능이 살아나게
된다.
안보 불안을 핑계로 자국의 공격적 행동을
정당화하게 된다. 태평양 전쟁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국을 대신해 중국을
상대하는 모양새로 미국을 안심시키게 된다.
중국은 육지의 적들과 싸우고 내부의 분열
과 싸워야 하기에 해상력에 집중하기 힘들
다. 무질서의 시대는 더욱 그렇게 된다.
동남아시아와 대만이 중국과 일본 중 어느
편에 설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동아시아
에서 미국이 떠난다면 한국의 선택지가 얼
마나 끔찍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피터
자이한은 한국이 중국의 편에 선다면 중국
과 함께 쓸려가게 된다고 말한다. 무질서의
시대의 중국 경제가 명맥을 유지한다고 해
도 이 중상주의 국가로부터 얻을 게 없다
고 말한다.
결국 한국의 유일한 출구는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 무질서의 시대에도
경제적 활력을 유지할 유일한 나라, 미국
과의 끈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이상 인터
넷 교보문고의 책 소개 내용을 인용)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
공, 미래에 발생 가능한 중공의 대만 침공
등 국제 정세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은 시간
날 때 재미 삼아 읽어보셔도 좋을 듯...
그 밖에 도서 추천 시리즈 정리
1: 크라센의 읽기 혁명
>>> https://orbi.kr/00041168190
2: 코로나 경제 전쟁
>>> https://orbi.kr/00041265999
3: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https://orbi.kr/00041939467
4: 정치학으로의 산책
>>> https://orbi.kr/00043765407
5: 5분 뚝딱 철학 (생각의 역사)
>>> https://orbi.kr/00054450699
6: 우주의 구조
>>> https://orbi.kr/00054507649
7: 중국의 조용한 침공
>>> https://orbi.kr/00054573502
8: 생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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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굿바이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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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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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하우스 오브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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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뇌과학, 경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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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케이건의 한국어판 서문)
미국이 모든 나라에게 선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게만큼은 선이다. 미국이 초강대국이면 자유주의 국가이면서 한국의 동맹이라는 사실만큼 오늘날 한국의 입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은 없다. 지정학적 동맹이면서 가치 동맹이다. 중국과 일본 모두와 대결해도 한국이 존립할 수 있는 최후의 안전판이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단지 선의에 기초해 있지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다. 동아시아는 그 자체로 세력균형이 불가능한 구조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역내 안정자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견제하면 세력 균형을 완성하는 존재다. 이 질서를 깨려 하는 게 중국이고 이 질서가 깨지길 바라는 게 일본이다.
재밌어 보이네요. 추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