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능 1교시, 여러분이 반드시 해야 할 행동
국어 칼럼은 또 오랜만이네요.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특히나 약한 독서(비문학) 갈래가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철학이나 예술 지문이 나오면 읽기도 전에 위축되는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법 지문이 나오면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끼며 첫 문단을 읽기 시작하는 학생들도 있겠죠.
수능장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취약한 갈래들을 보완하는 게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관점의 내용을 말씀드릴 거예요. 실전에서 많은 학생들이 저지르는 실수 한 가지를 알려드릴 겁니다. 취약한 갈래의 지문을 읽는 경우뿐만 아니라, 시간 압박 또는 컨디션 저하로 인해 지문이 튕겨버리는 상황을 만난 경우에서 학생들이 많이 하는 실수이죠.
특히나 이 실수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면서도 시험장에만 가면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실수를 아는 학생일수록 오늘의 멘탈레터를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악순환 속에서 허우적대는 학생들
실전에서 시간 압박을 느낄 때 지문을 텍스트로 소비해 버리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지문을 텍스트로 소비한다
독서 지문이 영상/오디오가 아닌 텍스트로 나와 있으니 텍스트로 소비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학생들을 위해 지문을 텍스트로 소비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볼게요.
(학생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여러분이 독서 한 지문을 온전히 읽고 문제를 다 풀기까지 평균 13분이 소요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실전에서 독서 한 지문이 남았을 때 시간을 확인해 보니 8분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 여러분은 여태껏 어떻게 해왔나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황하거나 조급함을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지문을 빠르게 읽어 내려 갑니다. 이때 빠르다의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요? 잘은 몰라도 분명 좋은 의미의 빠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실 건데 여기서 빠르다의 의미는, 정보를 온전히 처리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를 의미합니다.
이때 여러분은 지문을 텍스트로 소비해버리게 됩니다. 그냥 내가 한국인이니까 한글로 써진 문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일 뿐 지문의 내용은 절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지문이 튕긴다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웃긴 건, 지문을 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되는 걸 스스로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그냥 빠르게 읽는다는 거예요.
조급함과 압박감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아주 단편적인(1차원적)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평소보다 빠르게 읽어야겠다
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너무나 당연해 보이고 또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말이 실제로는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말인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평소 속도보다 빠르게 읽는다는 것은 내가 지문을 이해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읽는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읽으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지문의 텍스트를 시간에 맞춰 읽어낸다고 해도 지문의 내용은 이해가 안 된 상태가 될 겁니다. 많이들 경험해 보시지 않으셨나요?
지문에 딸려 있는 문제는 지문을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풀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문의 내용은 이해가 안 된 상태로 문제를 풀다 보면 지문을 다시 또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시간이 없어서 빠르게 읽었는데 시간이 더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더 조급해지죠? 그러면 더 빨리 읽겠죠? 결국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뺨을 때리세요
이렇듯 빨리 읽는 건 절대로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평소보다 빠르게 읽어야겠다
시험 중에 이런 생각이 들면 뺨을 때리세요. 물론, 실제로 뺨을 때리면 안 됩니다. 마음속으로 ‘정신 차리자’고 일깨워 주는 걸 말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걸 내적 뺨때기라고 설명합니다.
내적 뺨때기는 내가 감정에 사로잡혀 일차원적인 생각을 하게 될 때, 스스로 자신의 현 상태를 자각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줍니다. 실제 수능날에는 분명 여러분의 평소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읽게 될 겁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긴장도가 높아질 테니까요. 수능날 1교시, 여러분은 여러분의 뺨을 때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명제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빨리 읽으면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해 속도에 맞춰서 읽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계속해서 ‘시간이 없네? 그러면 당연히 빨리 읽어야지’라는 일차원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될 거예요. 시험이 끝나고 나서 이런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을 자책하면서도 막상 다음에 시험을 칠 때 동일한 상황을 만나면 이전과 같은 판단을 하고 또 후회하는 것을 반복하죠. 우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맙시다.
근데 천천히 읽으면, 결국 문제를 다 못 풀잖아요.
이런 의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맞는 말이죠. 천천히 읽으면 문제를 다 못 풉니다. 근데 이 말에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어요. 천천히 읽어서 문제를 다 못 푸는 게 아니에요. 천천히 읽어서 문제를 다 못 푸는 게 원인이라면 빨리 읽었을 때는 문제를 다 풀 수 있어야죠. 근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앞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 말은 근본적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거예요.
원인은 명확합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를 다 못 푸는 거예요. 여러분이 읽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를 다 못 푸는 거예요. 그러니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순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아 시간이 부족하니까 문제를 다 풀지 못하겠구나.
만약 시간을 늘리는 능력이 있다면 인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분과 저는 시간을 늘리는 능력이 없습니다. (혹시.. 있나요?) 그러니 이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인정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지문을 날림으로 읽고 문제로 넘어가는 학생들은 현실을 부정하는 거예요. 시간은 없는데 문제를 다 풀고 싶고, 다 맞히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 순간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판단을 하게 되는 거구요.
포기하세요
실전에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가져야 할 사고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대한 많은 점수를 얻으려면
어떤 문제를 포기해야 될까?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다 풀지 못할 것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1~2문제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저도 수험생 때 경험했었죠.
1~2문제를 애초에 포기한 상태에서 조급해 하지 않고 지문을 읽으면 역설적으로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지문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문을 읽은 후 문제를 푸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포기했던 문제들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확보가 된 것이죠.
현실을 부정하고 빨리 읽고 다 풀겠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면 조급함이 생겨버립니다. 이러한 상태로 지문을 읽으면 내용이 다 튕겨버립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다 쓰고 문제는 제대로 못 푸니 멘탈이 털려 버리죠.
빨리 읽으면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해 속도에 맞춰서 읽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실전에서 마음처럼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성적 사고의 훈련(내적 뺨때기)이 필요합니다.
물론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어디까지나 실전 상황에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수능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여러분이 취약한 갈래에 대한 배경지식, 연계 교재에 실린 지문이나 지문 전개 방식을 철저히 학습해서 이해 속도 자체를 높이는 훈련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높아진 이해 속도만큼 읽는 속도 또한 높일 수 있으니까요.
독서 지문과 같은 오늘의 칼럼을 끝까지 다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주의 마지막날인 일요일이네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질 다음 한 주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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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닿는 말이네요 한두개를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나도 지금...ㅠ,ㅠ
실전에서 정말 맞는 말
세상에서 가장 느린사람이 읽는것처럼 차아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