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위 1%를 위한 사막 위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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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를 위한 사막 위의 파티
테크 엘리트 집단을 위한 사막 파티,
정장 모자를 쓴 구글(알파벳) 회장 에릭 슈밋도 참여
“버닝 맨”에서 파생된 “퍼더 퓨처” 축제에서는 테크 기업 관련자들이 개인 비서, 온천 휴양, 정찬 등 호화로운 페스티벌을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다.
퍼더 퓨처(역주: 직역하면, "더 먼 미래" 정도 의미)에 참여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회장 에릭 슈밋.
버닝 맨의 정수는 파티 참가자들이라고 슈밋은 말한다. 사진: 토마스 뢰위
(역주: "버닝 맨"은 미국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8월 말 일주일에 걸쳐 열리는 행사로 5만 명 남짓한 참가자들이 사막 한복판 말라버린 호수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며 예술 작품을 만들고, 각종 워크숍에 참석하고, 물물교환으로 생존한다. 마지막에는 만들어낸 것을 모두 불태우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뚜껑을 연 빨간색 페라리가 먼지 날리는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홱 방향을 틀더니 화성에 세운 소규모 야영지처럼 보이는 곳으로 질주했다. 헬리콥터가 연신 도로 한쪽에 착륙했고, 사람들이 손님을 맞으러 달려갔다. 농산물 직판장에는 라즈베리, 수박, 포카치아(역주: 올리브유, 소금, 야채를 뿌려 구운 이탈리아 빵)가 가득 담긴 바구니가 넘쳐났다. 필자가 망고 하나를 달라고 하자, 농부는 망고를 반으로 갈라 내주었다. “8천원입니다.”
이번 주말, 라스베이거스 외곽 지대에 버닝 맨 베테랑들이 “퍼더 퓨처”라는 축제를 열었다. 퍼더 퓨처는 올해로 2년째이다. 6만 평에 달하는 북미 원주민 거주지에서 사흘 동안 5천 명 가량이 참가하는 이 행사는 재미와 교육을 한데 섞은 것으로 홍보하여 최신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변종 축제”라 불리는 새로운 트렌드의 완벽한 전형이다. 입장권은 가장 싼 것이 두당 40만원이며, 참가자들은 대개 비서가 상주하는 거처와 고급 식당 같은 업그레이드 옵션을 선택한다.
버닝 맨에서는 축제가 열리는 (가상) 도시 한쪽에 호화로운 야영지를 숨겨놓아 오래 전부터 버닝 맨에 참여하며 사막에서의 노동을 소중히 여기는 버너(버닝맨 참여자)들의 비난을 사지만, 퍼더 퓨처 축제에는 힘든 작업 같은 것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일부 버너들이 참여한다. 퍼더 퓨처 웹사이트에서는 “달의 궁전”이란 이름이 붙은 숙소를 “눈치 볼 것 없는 호화로운 시설”로 묘사한다. 여기서 버너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와이파이를 사용하느냐, 또는 개인 셰프를 두느냐이다. 퍼더 퓨처 측은 잘 터지는 통신과 축제를 위한 개인 비서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축제 첫날 밤, 유명 레스토랑 체인점인 노부에서는 1인당 30만원짜리 저녁식사를 내놓았다. 이런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 중에는 알파벳의 회장 에릭 슈밋, 클리어 채널(역주: 미국 전역에 1,200개 이상의 방송국을 소유한 거대 라디오 방송기업)의 CEO 밥 피트먼, 페이스북 최고경영간부 스탠 처드노프스키 같은 거물이 있다.
"여긴 샌프란시스코 기업가들이 꽤 많이 와 있어요. 이 사람들은 거의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겠죠."
구글(알파벳) 회장 에릭 슈밋
퍼더 퓨처 축제. "우리가 미래를 빚습니다." 사진: 토마스 뢰위
“버닝맨에서 상위 1%들이죠.” 다큐멘터리 제작자 찰스의 말이다. 그는 스파이크 몇 개를 귀에 피어싱했고 뇌파 명상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마치 선별해 놓은 것 같네요.”
에릭 슈밋은 무대 뒤에서 화려한 장식이 달린 실크 정장 모자를 쓰고 거울 조각을 이어 만든 조끼를 입고 있었다. 자신이 퍼더 퓨처 축제에 온 주된 이유는 친구들이 많아서라고 말했다.
“내가 버닝 맨에 간다는 건 온갖 매체에 다 나오는 얘기죠. 인간의 미래는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이 좌지우지합니다.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죠.”
슈밋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는 버닝 맨의 정수만이 모였다.
“여긴 샌프란시스코 기업가들이 꽤 많이 와 있어요. 이 사람들은 거의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겠죠. 어엿한 직업이 있고 스스로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의 선별된 집단이에요. 트레일러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 옷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건가요?
“물론 내 옷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슈밋은 거울 조각을 눌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축제의 왕. 파티 모자를 쓴 에릭 슈밋. 사진: 토마스 뢰위
버닝 맨 파티 기획자들은 예술 프로젝트용으로 거대한 벽을 세우고 그 뒤에 호화로운 거처를 숨겨놓는 용의주도함을 보이지만, 퍼더 퓨처 측은 그런 가식 따위는 없었다. 굵은 철사로 엮은 울타리 뒤쪽에 에어스트림(역주: 호화로운 캠핑 트레일러의 상표명)(600만원)과 달의 궁전(900만원) 같은 VIP 이웃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달의 궁전은 약 6평 넓이에 높이는 3미터 가량인 고객 맞춤형 초호화 돔으로, 바닥에는 목재가 깔리고 네 명이 한꺼번에 잘 수 있는 가구를 비치해 놓았다. 게다가 “어떤 요청이나 요구도 도와드리는 헌신적인 개인 라이프스타일 관리인과 비서입니다. 어떤 요청이든 들어드립니다.”로 묘사되는 일종의 수행원 서비스가 포함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 비서는 당신이 비누를 가져왔는지 확인하는 일은 물론이고 “매일 아침 마시는 녹색 채소 주스에서부터 저녁에 마실 복고풍 칵테일까지” 모든 것을 챙겨준다.
필자는 컨테이너 안에 차려놓은 통제실에서 쇼 진행자이자 홍보 전문가이며 가장 유명한 “변종 축제”의 막후를 지휘하는 러셀 워드를 만났다.
“여긴 업계 최고의 인맥이 구성되어 있죠. 그래서 즐기러 왔다는 핑계를 대고 사업가들이 모입니다. 사방이 음악으로 버무려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온통 비즈니스죠. 수많은 비즈니스 거래가 여기에서 성사될 겁니다. 기업가들은 사업 자금을 얻고, 투자자들은 돈을 뿌릴 곳을 찾고, 서비스 업체들은 서로 만나 통합 서비스를 만들어낼 테죠.”
워드는 최첨단 과학 기술계의 새로운 핫 트렌드를 이끌기 전에는 온라인 게임 헤지 펀드를 운영했다. “점점 아슬아슬해지는 게 문제였어요. 사실 좀 수상쩍은 업계거든요. 물론 우리는 불법적인 일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정부가 불시 단속을 벌이는 바람에 겁 좀 먹었죠. 그래서 이제는 어디에 씨를 뿌려야 하나 생각하다가 페스티벌 개최에 내가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방이 음악으로 버무려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온통 비즈니스죠 ... 기업가들은 사업 자금을 얻고, 투자자들은 돈을 뿌릴 곳을 찾고"
축제 진행자 러셀 워드
퍼더 퓨처 축제의 미학은 라텍스 속옷, 모피 코트, 통굽 부츠, 금속 헬멧으로 표현하는 “스팀펑크 미래주의”이다. 워드 역시 하와이풍 민소매 셔츠, 옅은 구치 선글라스, 은도금한 보브캣 발톱을 단 체인 목걸이를 걸쳤다.
“우린 버닝 맨 정신을 숭배합니다. 하지만 버닝 맨에는 늘 힘든 노동이 포함되죠. 여기서는 스파를 즐기고 녹색 채소 주스를 마십니다. 인생에는 안 그래도 힘들고 거친 일이 많으니까요.”라고 그는 말했다.
퍼더 퓨처 축제는 워드가 개최하는 여러 “변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 축제들은 모두 다른 이벤트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특히 버진의 창립자 리처드 브랜슨을 주축으로 하는 억만장자들의 카이트보드(역주: 낙하산 모양의 대형 연을 띄우고 그 연줄을 잡고 물 위에서 보드를 타는 스포츠) 커뮤니티인 마이타이 등이 있다. “카이트보드는 이 시대의 골프라고 할 만하죠. 브랜슨, 엘론(테슬라 창립자 엘론 머스크), 세르게이(구글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 모두가 하니까요.” 워드의 말이다.
페이스북 초창기 직원이었고 현재는 투자자인 저스틴 섀퍼는 퍼더 퓨처 축제가 “후기자본주의는 어떻게 된 것인가? 후기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보편적인 기본소득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되면 후기고용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새로이 등장한 질문에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가상현실로 처음 접하는 시대가 되면 물리적인 근접성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겁니다.”
퍼더 퓨처에서의 피트니스. 사진: 토마스 뢰위
“웰니스 텐트”에 마련된 피트니스 교실에서는 사람들이 일제히 뛰어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그 곁에서는 한 여자가 “바쁜 전문가를 위해 세분화한 도구와 기술”이라며 심리 서비스를 홍보한다. “얼룩진 오라를 세척”해 준다는 홍보도 한창이다. 웰니스 메인 스테이지 옆에서는 한 남자가 밝은 노란색 수액이 든 팩으로 정맥주사를 맞고 있다. 푸시 IV라고 하는 이 노란색 액체는 비타민이 든 생리식염수이다. 남자는 비스듬히 기댄 채 반쯤 잠들어 있다가 누군가가 실수로 수액팩을 쓰러뜨려 팔에 꽂힌 바늘이 갑자기 움직이자 잠에서 깨어난다.
어느 커피 전문점에서는 사람들이 45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 라벤더 라떼를 사마신다.
“어드벤처 여행 – 웰빙으로서의 여정”이라는 패널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의 누군가가 강사 패비언 피오르코우스키에게 특혜에 대해 물었다.
“우리 모두는 퍼더 퓨처, 툴룸 같은 영적인 장소에 모인다는 특혜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질문자는 그런 일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를 물었다.
“모든 것은 균형입니다. 우리는 땅이 아니라 공기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은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런 세계는 불균형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여우가죽을 통째로 머리에 두른 사업가 로이크 르 무르는 무대에 올라 슈밋을 인터뷰했다. 슈밋은 블록체인(역주: 비트코인을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허풍을 즐기는 사람들은 '금융의 민주화', '제2차 인터넷혁명'을 가져올 기술이라고도 떠벌리고 다닌다)(찬성한다고 말했다), 우생학(반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중독 문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했고, 인기를 독차지했다.
필자 뒤쪽의 여성은 슈밋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어떤 사람은 “나랑 결혼해요, 에릭!”이라고 말했다. 슈밋의 생일이 며칠 전이었기에, 다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날 밤 저녁식사에서는 모두에게 생일 케이크 한 조각씩이 나왔다.
무대 위의 사업가 로이크 르 무르와 동료 사업가 게리 뮐러. 사진: 토마스 뢰위
슈밋은 미소를 지으며 눈은 거의 감은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디너 파티에는 맥주 시음 행사도 포함되었고, 바텐더들은 푸아그라 토숑(역주: 거위간을 원통형 소세지처럼 가공해서 커다란 동전 모양으로 썰어 만든 요리)이 너무 기름져서 맥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슈밋과 주변 사람들은 밤을 즐기러 나갔다.
이 페스티벌의 공동 기획자 로버트 스콧(42세)은 "예수공현"(역주: 동방의 세 박사가 갓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를 맞기 위해 베들레햄에 내방한 것을 일컫는 말로, 말하자면 어떤 본질적인 것에 관한 직관이나 통찰을 얻는 순간에 대한 상징정도의 의미. epiphany)을 하기 위해 굳이 땀 흘리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현을 하는 방법은 아주 많아요. (버닝 맨처럼) 악조건이 가득한 사막에 있는 것도 그 중 하나긴 하죠. 무엇이든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되거든요. 하지만 여기선 그렇게 지독한 상황에 들어갈 필요 없이 편안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죠."
폭풍우가 한바탕 지나간 후, 우리는 탁자에 둘러앉았다. 스콧의 텁수룩한 갈색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늘 주장하는 게 그거예요. 우리는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죠."
출처 : The Guardian
원제 : 'Burning Man for the 1%': the desert party for the tech elite, with Eric Schmidt in a top hat
원문 기사 URL :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16/may/02/further-future-festival-burning-man-tech-elite-eric-schmi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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