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 & Ins [669448] · MS 2016 · 쪽지

2016-07-07 18: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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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색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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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종말




테디 웨인의 다음 소설, "Loner"는 9월에 출판될 예정이다.









일러스트: Jon Han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걷거나, 누구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거나, 또는 아침에 눈은 떴지만 몸을 일으킬 힘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예전에는 이럴 때 인쇄물로 된 읽을거리가 없으면 내 주변을 돌아보거나 생각에 잠기고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럴 때면 폰을 집어들고 알림 메시지를 체크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뭔가를 찾아 읽거나, 앱을 쓰거나, 오디오 파일을 듣거나, (이보다 좀 드물지만 옛날 식으로 “전화를 걸거나”) 한다. 이제 혼자 온전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장소로는 샤워꼭지 아래가 유일할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는 것이 많아지면서부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찾기란 항상 어려운 도전과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강력한 미디어 기기를 아예 하루 종일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으니, 사색에 잠길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주의를 쉴 새 없이 딴 데로 돌리는데 그 능력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기술 발전과 그 사용에 다른 신경가소성(역주: 뇌의 기능과 능력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경험과 활동에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뇌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즉 뇌가 변화하는 능력은 많은 사람들이 목청을 높이는 주제이다. 대개는 필요 이상의 불안을 자아내는 어조이지만, 때로는 낙관적이기도 하다.


비디오 게임을 예로 들어 보자. 간단한 도로 경주 게임을 하는 동안 노인들의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되었다는 연구도 있고, <슈퍼마리오 64> 게임을 하면 기억력, 계획, 공간 탐색과 연관이 있는 뇌 부위에서 회백질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지 능력은 정신을 주변에서 분리시켜 반추하는 능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폰이나 컴퓨터가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없는 경우가 드문 세상에서, 우리는 때로 반추에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자기 성찰의 시간을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곧바로 만족할 수 있는 외부의 자극을 찾는 쪽으로 스스로를 재훈련시킨 탓에 이런 반추의 깊이가 훼손된 것은 아닐까?


저널에 2015년 게재된 어느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우리가 전자 기기에 의존하는 정도를 조사하고 그런 의존 때문에 우리의 사색 능력이 손상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18세에서 33세에 이르는 대상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앱을 통해 측정하는 한편, 대상자들 스스로가 사용 시간을 추정하도록 했다.


일러스트: Jon Han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 울리는 알람을 잠시 꺼두는 것에서부터 전화를 거는 것까지 화면을 켜는 모든 행위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할 때, 연구 대상자들은 하루 동안 평균 37번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실제로 사용한 횟수는 약 85번이었다. 이 중 다수는 사용 시간이 한 번에 30초 미만이었다. (총 사용 시간에서도 추정치보다 실제 수치가 약 1시간 정도 길었다. 여기에는 전화 시간과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포함되었다.)


하루에 16시간을 깨어 있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85번씩 스마트폰을 켜거나 들여다본다는 것은 11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시간으로는 하루에 5시간 3분이니 하루의 30%를 스마트폰과 보낸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주, 많이 되풀이하는 행위가 사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2010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소재 웰컴 트러스트 신경영상 센터에서 스티븐 플레밍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저널에 전두엽 피질에 있는 회백질의 양과 자기 성찰 능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자기 성찰 능력이란 시지각(역주: 눈으로 획득한 자극이나 정보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기능) 과제에서 스스로의 성과를 측정하는 정확도를 의미하며 메타인지(역주: 자신의 인지 활동을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능력), 또는 “생각에 대한 생각”을 나타낸다.


브라이언 매니스칼코와 호콴 라우는 전두엽 피질에 대한 이런 정보를 이용하여 2015년 < Neuroscience of Consciousness (의식의 신경과학)>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대상자들이 한 가지 과제에만 집중할 때와 어려운 두 번째 과제에 주의를 빼앗길 때 자기 성찰 능력을 측정한 이 연구에서, 두 번째 과제에 주의를 빼앗긴다고 해서 첫 번째 과제를 수행하는 실제 능력에 지장이 가지는 않았으나 자기 성찰 능력은 떨어졌다. (즉, 자신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은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이런 실험 결과는 이전부터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멀티태스킹이 인지 수행을 낮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론 멀티태스킹이 몇 가지 면에서 이로운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많다.)


그러니 우리가 느긋하게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가만히 앉아서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식으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 세상을 탐험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라고 간주하고 폰을 들여다보는 것을 “두 번째 과제”라고 본다면, 두 번째 행위가 우리의 사색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플레밍 박사의 말에 따르면 “합리적인 추측”이다. 


“전두엽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합니다. 누군가에게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시켰을 때 일이 잘 안 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두 번째 과제 때문에 자기 성찰에 관여하는 기능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지요.” 플레밍 박사의 주장이다.


우리가 사색이 없는 문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면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자아도취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유아론(唯我論)은 내적 탐구보다는 외적 표현이 앞서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미지에 치중한다. 텍스트가 있기는 하지만, 인스타그램 같은 새로운 미디어는 언어의 역할을 열외 취급한다.


그 중에서도 셀카는 너무나 만만한 공격 대상이지만, 트윗(tweet)은 어떤가. 그 이름은 소리로 따지면 생각(thought)이란 단어와 가깝지만, 트윗에서 지정한 글 길이는 잠언 하나에 두어 마디 덧붙이면 딱 맞는 정도이다. (물론 트윗을 줄줄이 이어가며 길게 말할 수도 있지만.)


트윗 사용자라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했을 법한 생각들에 양념을 치고 140자보다 길지 않은 길이로 명확히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절여두었다가 공개 토론장에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에서는 누구보다도 빠른 것이 대체로 좋은 일로 여겨지고, 그런 “속도”는 심사숙고와는 조화를 이룰 수 없는 특징이다. 그리고 속도를 원하는 우리의 취향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증가하면서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2006년 IT 시장 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객은 자신이 클릭하는 홈페이지가 4초 안에 열리기를 기대했다. 3년 뒤 이 시간은 2초로 줄어들었다. 홈페이지가 이보다 느리게 열리면 쇼핑객들은 다른 홈페이지로 가버렸다.


2012년 구글 엔지니어들은 검색 결과가 0.4초보다 늦게 뜨면 검색 횟수가 줄어들고, 경쟁사의 사이트보다 0.25초만 늦어도 사용자들은 구글에서 나가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기술 발달로 자극의 강도가 심해지고 새로운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면 우리가 그 페이스에 적응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우리는 점점 더 조급해지고 있습니다. 자극이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 패닉에 빠지기 시작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 스스로를 자극, 즉 새로운 알림과 경고 등등을 기대하도록 훈련시켰기 때문입니다.” 니콜라스 카의 말이다. 


인터넷 담론에서 이런 조급함은 사안이 심각한지 피상적인지를 사려 깊게 따져본 판단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대충 떠올리는 “핫 테이크”(역주: 사안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나 고찰 없이 지나치게 간단하게 또는 주관적으로 일반화시킨 의견 )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니콜라스 카는 갖가지 반론도 언급했다. 인터넷에서 비교적 단순한 생각들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 의견교환을 거쳐 보다 복잡한 생각을 전개시킬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가만히 곱씹기보다는 곧장 게시판에 올려버리는 사람들은 애초에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가장 사려 깊은 축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등. 


그럼에도 니콜라스 카는 ‘지금의 현상이 “사색하는 정신의 소멸”을 암시한다고 본다. “우리는 구글을 이상적인 정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구글에서는 의문이 있으면 즉시 해답을 얻을 수 있지요. 알기 쉽고 결론이 정해진 해답 말입니다. 이런 개념에서는 결론이 없는 사고방식도 있다는 것, 항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이 이끄는 방향으로 향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거죠.”


오래 전부터 니콜라스 카는 로댕이 1902년 조각한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사색의 이미지를 가장 훌륭하게 형상화한 표본이라고 보았다. 당당한 체격의 인물을 묘사한 이 조각상은 생각에 몰두한 눈길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주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을 숙이고 있다. 자세가 굳어 있는 것은 물론 조각상이기 때문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오랜 시간 꿈쩍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트윗하는 사람(The Tweeter)”으로 업데이트되었으나, 트윗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만큼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 :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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