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2편 - 파일럿 교육 양성
우리에게 떠오르는 '공군', 그리고 그 공군의 주축이 되는 파일럿은 항상 영화에서도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며 크게 활약합니다. 제 동기들 중에서도 공군 사관학교를 가려다가 떨어진 친구들이 있는데, 육해공 사관학교 중에서 공군 사관학교가 제일 까다롭다고 느꼈습니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던지 이런 파일럿들은 매우 좋은 대접을 받으며, 그만한 대접을 받는만큼 당연하게도 귀중한 인적 자원이자 고급인력입니다.
그들이 모는 병기는 다른 지상병기에 비해서 훨씬 더 비싸며, 이러한 경향은 현대에 와서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현대전이 선제타격이나 선빵, 탐지와 빠른 추적능력을 바탕으로 한 저격전으로 발전하였기에 타 병과보다 기동성이 좋고 기술력이 결집한 공군은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영화 에서 등장하는 영국군의 당시 최신예 전투기 '스핏파이어'는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명성이 높았으며 이를 몰던 영국군 조종사들은 덩케르크 철수 작전과 본토 항공전 등에서 큰 활약을 펼칩니다)
민항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일럿들은 매우 뛰어난 숙련도와 능력이 요구되며 경력을 비행시간으로 세세하게 구분할 정도로 교육이 민감합니다. 평균적으로 비행시간 경력이 짧은 조종사는 당연히 고장이나 사고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대형 민항기를 몬다는 것은 이미 자체만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고, 엄선된 인재들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대형민항기는 승객 몇백명이 탑승하기 때문에 한번의 사고가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합니다.
또한 하늘을 날면서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 자체는 인간에게 부담을 줍니다. 시차적응을 비롯하여 장시간 공중에 떠있다는 상태, 특히 이런 상태를 단순히 겪는 승객조차 피로를 느낄 정도인데 하물며 조종을 하고 있는 파일럿은 얼마나 고역이겠습니까.
따라서 조종사 한명을 양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매우 오랜 시간 경력이 쌓여야 안정성이 생기기에 까다롭습니다. 전투기나 비행기는 돈과 기술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지만, 오히려 조종사는 그렇게 쉽게 뽑아내지 못하기에 조종사가 더 귀중한 자산이죠.
그래서 항공구조대라 하여 이들이 조난을 당하거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적진에서 빼오거나 구출해내는 부대가 따로 운영될 정도입니다. 전투기와 조종사 중에서 어디가 더 중요한지 감이 오죠?
(대형 민항기 하나가 수백억이 넘어가고, 온갖 정비사들이 달라붙어서 각종 사고를 방지하며 최종적으로 파일럿은 승객 수백명을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높은 숙련도와 경력으로 무장하여 집중력을 발휘하며 조종합니다)
이런 우수한 고급 인력인 파일럿의 양성 숫자와 교육 체계 또한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과 일본제국의 국가역량을 압도적으로 비교해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미국은 민간항공 기업이 일본에 비해 매우 튼실했으며, 전투기 조종사들의 양성 중 일부 과정을 아예 위탁하여 맡깁니다. 2차 대전 후반기가 갈수록 미국은 어마무시한 조종사를 양성해내기 시작하여, 1939년에는 1200명, 1940년에는 7000명을 배출하고 있었고 동년도 일본군은 3000명이 안됬었습니다.
1941년에는 29500명, 1942년에는 무려 10만 5천명을 배출하는 교육 체계를 완성시키고 계속해서 고급 파일럿을 양성해냅니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쏟아져 들어옴과 동시에 일본군을 위시한 추축국은 끊임없는 조종사 전사 문제와 이를 보충하지 못한 보급으로 조종사 질적 하락이 극심했습니다.
(출처 : https://www.quora.com/How-much-training-did-a-WWII-pilot-get )
이 표는 독일, 영국, 미국 전투기 조종사의 최소 비행시간 경력을 나타낸 것입니다. 추축국인 독일은 계속해서 교육과정을 생략하며 빨리 조종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고 이는 전체적인 파일럿들의 기량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반면 수와 질에서도 모두 연합국은 발전하여 추축국의 공군력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미군 조종사의 비행훈련 과정 모식도. 출처 : https://www.quora.com/How-much-training-did-a-WWII-pilot-get )
이 외에도 미국 해군의 병력, 특히 장교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Year | Officers | Nurses | Enlisted | Officer Candidates | Total |
1941 | 38,601 | 823 | 332,274 | 1,452 | 383,150 |
1942 | 118,038 | 2,907 | 1,102,218 | 6,004 | 1,259,167 |
1943 | 219,279 | 7,022 | 2,034,343 | 120,472 | 2,381,116 |
1944 | 300,101 | 8,893 | 2,808,134 | 84,627 | 3,201,755 |
1945 | 323,755 | 11,025 | 3,005,534 | 65,211 | 3,405,525 |
(출처 : https://www.history.navy.mil/research/library/online-reading-room/title-list-alphabetically/u/usn-personnel-strength.html )
후덜덜한 병력수가 모이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정정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고급 장교, 간호사, 장교 후부생 수에서도 급증했다는 점은 미국이 산업 전반에 걸쳐 교육 시스템의 역량이 뛰어났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반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군은 조종사 양성 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시키면서도 훈련기에 사용할 연료도 부족한 등 최악의 조건에서 조종사를 급조하여 비행기에 태우고 자살 공격을 시키는 이른바 '카미카제' 를 시전합니다. 당시 조종사 인력을 이런식으로 소모하는 일본의 꼬라지를 보고선 더글라스 맥아더는
"조종사라는 고급 인력을 무의미하게 소비하다니. 나였으면 그런 명령을 내린 놈을 그 자리에서 쏴 죽였을 것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앞에 제가 쓴 글을 봐도 파일럿이 엄청나게 귀중한 인적자원임을 알 수 있었죠? 일본 제국은 그런 보물같은 자원을 단순히 폭탄 유도장치에나 사용하는 비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합리적인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공중에서도 벌어진 일본식 자폭 돌격공격은 당시 일본군 조종사는 물론이고 미 해군 승조원들에게도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이런 짓을 나중에 와서 또 미화하고 있으니 문제이지만)
지금 여러분 앞에서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 그리고 나중에 여러분을 가르치실 교수, 그리고 여러분은 모두 매우 오랜 시간을 교육에 투자해온 인력들입니다. 특히 교수님들은 해당 분야에 매우 긴 경력과 식견을 갖고 있는 고급 인력으로 교수 숫자도 대학의 역량 평가에 영향을 줍니다.
수능도 가까워지는 특집으로 해서 준비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무려 20년의 세월동안이나 수능 공부를 위해 교육과정을 달려왔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어떤 교육을 매우 오래 받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에 더 나아가 대학 학과를 고르고 학부에서 대학원, 석박사까지 이어진다면 자연스레 해당 분야의 전문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각자의 고유한 영역에서 나름의 오랜 경력을 쌓고 전문가가 되어, 사회에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사설 문학 특 1
머같음
-
잘가요 1
내 소중한 사람
-
느슨한 오르비에 0
jpop추
-
일어날 때도 허리 안 쓰고 지하철 같은 곳에서 균형 잡을 때도 하체 근육이랑...
-
이미 천만덕 깨짐
-
언젠가요
-
그나마 아는건 수학 실모 하방 88정도면 평가원 백분위 99는 가능하다는거
-
동덕여대 메타 때 한 번 싸웠더니 아직도 정지임..
-
하 고민된다 그래도 먹으면 후회하겟지
-
제발정신차려 4
제발공부해
-
몇달전까지만 해도 학교 내신공부한다고 끙끙대고 친구들이랑 학교마치고 마라탕,엽떡...
-
(장문) 존경하는 선배님들 현역의 수리논술 질문입니다! 1
국어도 못하고 필력도 안좋아 양해부탁드립니다! (꾸벅) 지금 고3올라가는 지방에...
-
이제.. 친구지..?
-
씹덕은 돈이 돼 12
ㅇㄱㄹㅇ
-
약점 잘 찾아주더라 모의고사를 위한 모의고사가 아닌 수능을 위한 모의고사 느낌
-
리헨즈는 진짜 잘하긴한다
-
ㅡ???
-
이정환t method 어떤가요? 많이 어렵나요?
-
국어 사설 풀 때 사설틱하다 <<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음... 어렵다 or 쉽다만...
-
그래야 풀충되서 탐구 쫙 풀 수 있음 중간에 안자면 머리 안돌아감
-
언미영화생 100 100 1 50 50
-
언미영화생 75 81 2 38 39
-
스피드러너모의고사 10
기하가핵불닭맛이엇던...
-
나, 다군에 쓸 만한 대학이 뭐가 있었을까요?? 겹치는 대학,과가 궁금합니다
-
근데 사설국어 풀면 진짜 뇌 썩는 느낌나지 않나요? 15
전 그래서 사설 거의안풀엇어요 근데 국어잘못봄...
-
어문 사범 간호 식자경 보정관 보환융 환생공 등등…
-
국사때 퍼질러지게 자면 탐구1을 망함 영어~한국사 중간까지 자다가 화장실도 다녀오고 잠 깨야 함
-
궁금궁금
-
저 저녁 아직도 안 먹음 머먹을까요
-
인스타 본계 비활해놓은거 이메일찾아서 비활풀었다.. 0
두달만이구나.. 반갑다..
-
무조건 한국사 시간에 잤음 뇌가 제대로 안 깬 상태로 물리 푸는 거긴 한데...
-
일단 고경제 고경영 그 시점에 언급한 사람 있었나? 전날 1월 1일에 고정외 좌표...
-
문제도 쉬운데 딱 좋네 국잘수망인 나도 쏠쏠하게 돈벌고
-
그것이 오르비의 건강한 존속을 위한 길...
-
컨설팅만큼 빨간약이 안먹히는 사업이 또 있을까 몇년째 반복되는 루틴이 있음...
-
분위기가 사탐런 안하면 바보되는 수준인데 원과목 응시자수 감소가 두렵다
-
실모 연속 2개풀기 15
은근히 효과 있는 듯 수학 정복하고 싶을 때 연속 3실모까지 풀어본 적 있음 국어도...
-
팩트는 만약 관리자가 아직도 젖지였으면 이미 다들 죽었다는 거임 5
외쳐! 대 킹 버 드
-
잘자요 7
-
지린다 ..
-
방금 서점에서 책 둘러보는데, 가족단위로 온손님들이있었는데, "아들 엄마가 수능볼때...
-
무서워서 못쓰겠네...
-
캬루는 달린다
-
이젠 아예 사탐으로 런을 하네 사탐 보고 공학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게 말이나 되나
-
대구교대vs외대 3
만약에 어디 가실건지 댓글 부탁드립니다 ㅠ 외대는 소수어과입니다,,
-
어떤 과목이든 컨디션 안 좋을 때 실모 풀어봐야 함 13
하방을 높이는 운영법을 터득하고 수능날에 있을 어떠한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음
-
경희대 발표시간 1
언제임요
-
⭐️ 연세대학교 중앙새내기맞이단에서 25학번 아기독수리들을 환영합니다 ⭐️ 2
⭐️ 연세대학교 25학번 아기독수리들 주목 ⭐️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조종사가 중요한 이유는 양성에 들어간 비용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이라는데 동감합니다.
이제는 비행기도 만드는데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사람을 키워내는 것만큼 걸리진 않죠.
독일군에 슈퍼에이스가 많았던 것도 고참 파일럿을 계속해서 전선으로 내몰았기 때문이죠.
반면 연합군은 일정 출격횟수를 채우면 후방으로 빼서 교관으로 활용했던지라 슈퍼에이스까진 없었어도 일정수준 이상의 기량을 가진 조종사들이 무진장 많았었습니다.
일본군의 경우 에이스였던 사카이 사부로나 니시자와의 경우도 하사관으로 파일럿 생활을 했었고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크진 않았었습니다.
좋은 연재 감사합니다
크으으으으